미국 연방수사국(FBI)이 AI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납치 협박·사기가 급증한다며 공식 경고문을 냈다.
5일 FBI가 공개한 경보에 따르면 최근 SNS나 공개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가져다가 '피해자가 지금 살아 있다는 증거(proof of life)' 사진처럼 조작해 가짜 납치극에 사용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영상을 내밀어 몸값을 요구해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이다. FBI는 이러한 사기를 '긴급 상황 사기'로 분류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357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피해액은 약 270만 달러(약 39억 6천여만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사기범들은 보통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에서 피해자의 가족·연인 사진을 수집한 뒤 상처·피·끈·테이프 등을 이미지에 합성해 '강금되거나 상처를 입은 모습'으로 꾸민다. 이후 "당신의 가족을 납치했다. 몸값을 보내지 않으면 위해를 가하겠다"는 문자를 함께 보내고, "1시간 후 자동 삭제" 같은 타이머 기능을 써 피해자가 사진을 꼼꼼히 확인하거나 주변에 상의할 시간을 빼앗는 전술까지 동원한다.
경보문은 조작된 사진을 자세히 보면 평소 사진과 비교해 문신이나 흉터가 사라져 있거나 신체 비율이 어색하게 변형돼 있고, 배경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순간의 공포 속에서 이런 세부 사항을 일일이 점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에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 "이제 사진을 비공개로 돌려야겠다", "전화도, 사진도, 영상도 이제는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과 함께 가족·지인에게 관련 정보를 공유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FBI는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납치·몸값 문자를 받으면 먼저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메신저로 연락해 확인하고 △사진을 확대해 문신·점·흉터·악세서리, 손가락 수·관절, 배경 왜곡 등을 꼼꼼히 점검해 사기 여부를 판단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가족끼리 미리 '비상 코드워드'를 정해두는 두고 △스크린샷을 확보한 뒤 송금 전에 먼저 수사기관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국내에서도 전화·메신저를 이용한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 등 사이버사기 피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사이버사기 피해액은 3조 4천억 원을 넘어섰고, 피해자는 약 28만 명에 달했다. 검거율은 53.8%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