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8일 부산 이사를 시작으로 연내 업무 정상화를 목표로 이전 작업을 진행한다. 시민단체는 해수부와 해운 대기업 본사 부산 이전을 환영하면서도 해양수도 조성을 위한 기능 집적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5동 정문에서 해수부 이사 차량이 순서대로 출발하고 있다. 첫 이사 차량은 오후 1시쯤 짐을 싣고 부산으로 향했고, 이후 차량들도 상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출발하고 있다.
이사 물량은 5t 화물차 249대 분량으로, 하루 6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이사 업체는 공개 입찰 등 절차를 거쳐 CJ대한통운을 선정했다.
이사 차량은 이날 늦은 시각 부산에 도착한 뒤 다음 날 오전 8시부터 임시 청사 본관인 부산 동구 IM빌딩에서 차례대로 하차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주말을 제외한 12일 동안 작업을 진행해 오는 22일까지 이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포장 이사 방식으로 현재 세종 청사 사무 공간을 그대로 이전하기 때문에 작업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쯤에는 개청식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첫 이사 차량은 밤에 부산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차피 하차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부터 짐을 푸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사무공간에 이삿짐을 그대로 옮겨두고 곧바로 업무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업무를 정상화하는 데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이전 직원을 위한 관사도 입주가 시작됐다. 부산시는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한 아파트 100세대를 해수부 직원 관사로 정해 입주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첫 직원 가족이 입주하는 등 이주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1인 가구를 위한 관사는 동구와 부산진구 등 도심 오피스텔 370여 세대로 정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대형 해운선사 본사도 부산 이전을 확정하는 등 해양수도 조성 작업은 전방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국내 7위 해운선사인 SK해운과 10위인 에이치라인해운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주주총회를 거쳐 부산에 본사 등기를 시작으로 중요한 기능부터 차례대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부산 이전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애초 해수부는 HMM 본사 이전을 시작으로 해운 업계 부산 집적화를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노조를 비롯한 내부 반발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HMM 부산 이전은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는 행위이자 타당성 없는 사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전재수 해수부 장관을 만나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밖에 해사법원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도 해양수도 조성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부산은 해사 관련 분쟁을 담당할 전문 법원을 부산에 설치하기 위한 유치 활동을 오랫동안 펼쳐왔고, 해수부 역시 해양 클러스터 조성의 중요한 단추로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달 해사법원 본원을 부산과 인천 두 곳에 모두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에 사실상 합의했고, 이번 달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업체나 금융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중요한 국제 해사 분쟁 역시 인천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대와 달리 부산은 해양 사법 기능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동남권투자공사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관련 정부안을 확정하고 입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설립과 관련한 갈등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기존 정책금융기관 등과 논의나 법률적인 문제도 많이 남은 데다 은행이 아닌 공사 설립에 대한 반대 주장과 비판도 여전해 설립과 정상적인 운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해수부와 해운업체 본사 이전 등은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해양수도 조성을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들 역시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박재율 대표는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의 이전 발표는 해수부 연내 이전을 앞두고 해양 행정과 해양 산업을 집적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며 "다만 명부상 주소를 옮기고 일부 관리 인력만 이전하는 게 아니라 업무와 인력을 모두 부산으로 옮겨 본사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완전한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선사인 HMM의 조속한 이전 확정과 해사법원 설립,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기 위한 과제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며 "해양 클러스터 조성과 기능 집적화, 동남권을 해양수도권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