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 등이 포함된 원본 데이터를 모자이크 없이 학습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개인이 소유한 캠핑카를 플랫폼을 통해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도 허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저해하거나 기업의 혁신성장을 제약해 온 규제 22건을 손질하는 '2025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8일 밝혔다.
이미 규제 완화된 사안을 포함해 AI·ICT, 친환경·고령친화 등 미래전략산업(5건), 시장진입 활성화 및 경쟁 촉진(7건), 사업활동 제약 및 기업부담 완화(10건) 등 22건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 기술개발 목적의 원본데이터 활용 허용"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데이터는 모자이크 등 가명처리를 거쳐야만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데이터가 훼손되어 AI가 미세한 움직임이나 시선 처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가 발생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등 정밀함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적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라면 규제 샌드박스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가명처리 없이 원본 데이터를 학습에 쓸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AI 인식 정확도가 향상되고 데이터 전처리 비용이 절감되어 국내 AI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법안은 오는 2026년 하반기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정위 장주연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은 "원본 데이터 활용을 무조건 허용하려는 취지는 당연히 아니"라며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될 예정이고 또 데이터 접근 권한을 최소화한다든지, 내부망과 분리된 어떤 환경을 구축하고 연구 목적이 끝나면 데이터를 완전히 파괴한다든지 강화된 안전 장치를 마련한 상태에서 원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경제 분야에서는 "캠핑카의 차량공유 중개플랫폼을 통한 대여 허용"이 추진된다. 그동안 캠핑카는 도심 외곽이나 공영주차장에 장기 방치되며 주차난과 도시 미관 저해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현행법상 개인이 캠핑카를 타인에게 빌려주려면 50대 이상의 차량과 차고지, 사무실을 갖춰 자동차 대여사업자로 등록해야 해 사실상 대여가 불가능했다.
공정위와 국토교통부는 2027년 상반기까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캠핑카를 보유한 개인이 중개 플랫폼을 통해 유휴 캠핑카를 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는 캠핑카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고가의 캠핑카를 구매하지 않고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캠핑 레저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출 전망이다.
장 과장은 허용 이유에 대해 "캠핑카 문화가 굉장히 활성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캠핑카를 사실 매일 쓰는 건 아니다 보니까 도심에도 캠핑카가 많이 난립하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그래서 공유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캠핑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 인해서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캠핑카를 이용한다든지, 좀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한다는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류 산업의 경쟁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종합주류도매업 신규 면허 발급 및 주정 직거래 허용량 확대"를 통해 고착화된 주류 도매시장 구조를 개선한다. 수년간 감소 추세였던 종합주류도매업 면허의 허용범위 산식을 변경해 신규 진입을 유도하고, 소주 제조사가 주정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주정 물량을 현행 연간 3만 드럼에서 최대 6만 드럼까지 늘려 제조사의 원가 절감과 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장 과장은 "주정 가격이 거의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주정 제조사로부터 직접 거래하면서 가격이 다양하게 형성되고 그만큼 유통 구조가 하나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주정의 평균 가격도 당연히 어느 정도는 인하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포장지에 QR코드를 통한 정보제공을 확대하여 깨알 같은 글씨로 인한 가독성 문제를 해결하고, 제과점의 잦은 메뉴 변경 특성을 반영해 원산지 표시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등 기업 부담 완화 조치도 병행한다.
장 과장은 "올해는 특히 AI, ICT 등 미래 전략 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규제 환경 조성을 목표로 경쟁을 저해하는 제도적인 요인을 체계적으로 점검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 촉진과 소비자의 알 권리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