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전설'이 프로당구(PBA)를 바야흐로 정복하는 걸까. PBA 합류 3시즌째를 맞은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가 처음으로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 대상 굳히기에 나섰다.
산체스는 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8차 투어 '하림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눌렀다. 세트 스코어 4-2(9:15, 15:9, 15:8, 15:0, 9:15, 15:9) 승리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달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까지 2회 연속 우승이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거뒀고, 올 시즌 2번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더한 산체스는 시즌 랭킹 1위(2억 8150만 원∙33만7500 포인트)를 굳게 지켰다. 통산 누적 상금도 4억 원을 돌파해 종전 11위에서 6위(4억200만 원)로 뛰어올랐다.
산체스는 2023-24시즌 PBA에 합류했다. 이전까지 세계선수권 4회, 월드컵 15회 우승을 이룬 산체스는 '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과 PBA를 먼저 정복한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인간 줄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함께 세계 3쿠션 '4대 천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산체스는 PBA 데뷔 후 9개 대회에서 1회전 탈락은 물론 32강 진출이 최고 성적일 만큼 부진했다. 세트제와 2점제 등 다른 환경 적응에 애를 먹었다.
산체스는 그러나 두 번째 시즌은 지난 시즌 달라졌다. 2차 투어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더니 3차 투어에서 기어이 PBA 진출 뒤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는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산체스는 개막전부터 준우승을 거뒀고, 3차 투어(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에 올랐다. 6차 투어부터는 3개 투어 연속 결승에 올랐고, 이번 대회까지 2회 연속 정상에 등극했다.
4대 천왕 중 쿠드롱에 이어 PBA를 정복하고 있는 산체스다. 쿠드롱은 PBA 출범부터 활약하며 8회 우승과 상금 9억9450만 원 등 PBA를 주름잡다가 2023-34시즌 도중 계약 문제로 이탈했다. 오버랩처럼 산체스가 해당 시즌 합류했고, 이제 PBA에 완전히 적응해 전설의 관록을 입증하고 있다.
이날도 산체스는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부터 산체스는 힘을 냈다. 2이닝째 무려 11점을 쓸어 담으며 6이닝 만에 세트를 끝냈고, 4세트 1이닝 하이 런 7점에 이어 2이닝에서 뱅크 샷 2방을 포함해 폭풍 8점을 몰아치며 2이닝 만에 15-0으로 이겼다.
강동궁도 5세트를 6이닝 하이 런 9점에 힘입어 15-8로 따냈다. 그러나 산체스는 더 이상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6세트 0-9로 뒤진 3이닝째 8점을 퍼부어 분위기를 바꿨고, 4이닝 5점과 5이닝 2점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산체스는 경기 후 첫 2회 연속 우승에 대해 "당연히 기쁘다"면서 "이번 시즌에 4번의 결승전을 치렀고, 4강에는 5번 올랐는데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둬서 만족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앞선 두 시즌은 제가
PBA에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성적에 그쳤다"면서 "지금이 3년차인데 이번 시즌에는 이전과는 반대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고 PBA에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흡족한 표정을 보였다.
반면 지난 시즌 PBA 남자부 대상에 빛나는 강동궁은 1년여 만의 정상 탈환이 무산됐다. 4강전까지 이닝 평균 득점 2점대로 맹위를 떨쳤지만 결승에서 산체스를 넘지 못해 통산 5번째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강동궁은 "아마추어 시절 산체스를 상대로 많이 이겼는데, PBA에선 아직 이기지 못했다"면서 "산체스가 나와 경기할 때는 너무 잘 친다"고 웃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올 시즌 애버리지 1위(1.820점)로 지난 시즌 보다 더 좋은데 유독 올 시즌에는 승부가 결정나는 5세트나, 마지막 1점을 남겨두고 패배한 경기가 많았다"고 분석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남은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PBA는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뒤 내년 1월 3일부터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5-2026' 5라운드로 재개된다. 5라운드 뒤 곧바로 팀 리그 포스트 시즌(PS)에 돌입, 시즌 최강팀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