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군사 쿠데타와 고문, 사건 조작 같은 국가폭력을 "나치 전범처럼 영원히 형사처벌하고, 상속 재산 범위 안에서 상속인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내란 사건에 관여한 인물을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과거 5·18 이후 전두환·노태우를 내란·반란죄로 처벌했지만 곧 특별사면이 단행됐고, 계엄군 지휘부 바깥 군·정보기관의 광범위한 인권침해 청산도 미완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쿠데타 유혹을 남긴다"는 요구도 여권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 윤석열 내란도 나치범에 준해 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할지를 따져봤다.
나치 전범, 어떻게 처벌됐나
실제 나치 전범 처벌의 출발점은 1945년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었다. 연합국은 전쟁범죄·반인도범죄를 국가가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히틀러·괴링 같은 최고 지도부뿐 아니라 각급 지휘관과 관료, 산업계 인사도 기소 대상이 됐다.
이어 서독 연방의회는 살인·집단학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여러 차례 연장한 끝에 사실상 배제했고, 독일 검찰은 전범 수사 전담기구를 두고 수십 년 동안 생존 가담자를 추적했다. 수용소 경비·회계 담당자·비서처럼 직접 살해행위를 하지 않은 인물도 "강제수용소 체제 유지에 기여했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살해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유대인 학살 피해자 약 30만 명의 살해 방조 혐의로 94세 '아우슈비츠 회계 담당자' 오스카 그뢰닝에게 징역 4년형이 선고됐고, 2020년대에는 슈투트호프·작스엔하우젠 수용소의 90대 비서와 경비 요원이 "서무·경비 업무 자체가 학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는 이유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연구자들은 전후 독일에서 나치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담자가 수만 명에 이르지만, 적극 가담자 규모에 비춰보면 처벌 비율은 여전히 극히 낮았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독일식 모델이 상징성을 갖는 이유는, 시효를 사실상 없애고 고령의 말단 가담자까지 "살아 있는 한 법정에 세운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데 있다.
상속인까지 처벌? '세습형 처벌' 채택안해
이 같은 기조는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협력자 재판과 재산 환수에도 일정 부분 공유됐다. 프랑스는 전후 '국가 정화'(épuration) 과정에서 나치 협력자를 처벌하고, 나치와 협력한 기업·개인의 재산을 몰수해 국가가 관리하거나 피해 회복에 사용했다.
이탈리아도 파시즘 정권 협력자에 대한 특별재판과 재산 몰수 조치를 실시했지만, 두 나라 모두 어디까지나 가해 당사자 개인의 형사·민사 책임과 부당이득 환수에 초점을 맞췄다. 전범이나 협력자의 자녀·손주에게 형벌을 승계하거나, 상속재산 전체를 일률적으로 몰수하는 '세습형 처벌' 모델은 채택하지 않았다.
또 유럽 평화·인권 관련 기구들도 전범·독재 협력자 청산을 논의할 때 "개인의 책임과 상속인의 권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복해 왔다.
나치전범과 윤석열 내란 동급? 전문가들 "과도한 비유"
전문가들은 나치 전범을 끝까지 처벌해 온 독일·유럽의 경험이 갖는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계엄 사태를 나치 전범과 같은 선에 놓는 비유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창현 교수는 "나치는 기간도 길고 피해도 엄청났으며 가담자도 수없이 많았지만, 이번 계엄은 대통령을 포함한 극히 일부가 관여한 사건"이라며 "내란 특검을 통해 관련자들을 장기간 수사했고, 적극 가담한 인물들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제2·제3 특검까지 요구하는 것은 현실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치 전범처럼 철저히 하자는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계엄 사태를 뉘른베르크 재판 같은 역사적 장면에 빗대면 결국 계엄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도 "나치 전범은 약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 학살을 전제로 한 범죄인데, 이번 내란 사건은 인명 피해도 없었고 정권 장악도 실현하지 못한, 신군부 쿠데타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이번 계엄 시도가 '헤프닝'에 그친 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와 통제장치가 작동했기 때문인데, 이를 무시한 채 제3의 쿠데타 공포를 과도하게 강조하면 논점이 흐려질 수 있다"며 "법적으로 내란 성립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효 배제와 상속인 책임까지 거론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과 형사책임 불승계 원칙에 비춰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