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양우식(국민의힘·비례) 의회운영위원장의 성희롱 발언으로 촉발된 의회 파행사태가 문제를 제기했던 조혜진 경기도 비서실장의 사임으로 일단락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양 위원장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는 의회 파행 과정에서 양 위원장에게 아무런 하지 않은 제지를 하지 않은 도의회를 저격했다.
경기지역 30여 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경기여성단체연합과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5일 긴급 입장문을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경기도의회의 총체적 무능과 낡은 성평등 인식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 의원이 직장 내 성희롱성 발언으로 기소된 상황임에도 도의회가 징계 대신 운영위원장직을 유지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이자 "사건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철저히 외면한 채 권력형 성폭력 문제 제기자에게 '대신 책임'을 지우는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의원은 그대로 두고 재판을 받는 집행부 공직자의 노조, 시민사회에 법적 책임 운운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경기도의회의 태도를 규탄한다"며 도의회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의회를 향해 △성희롱 의원을 운영위원장직에서 즉각 해임하고 의원직 사퇴를 포함한 책임 조치를 단행할 것 △성희롱 사건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도민 앞에 사과하고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 개혁을 약속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양 위원장에 대한 즉각적인 징계와 해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도의회가 스스로 '성희롱 의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 경고하며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하는 등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도의회 파행 사태는 지난달 19일 예정됐던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조혜진 비서실장을 비롯한 경기지사 보좌진 5명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당시 조 실장 등은 불출석 이유로 양 운영위원장이 성희롱 발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다 노조 등이 사퇴 요구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 5월 9일 도의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서울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무처 직원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도의회는 조 비서실장의 행감 불출석이 '의회 경시'라고 판단하고 김 지사에게 조 실장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백현종 대표의원이 삭발·단식투쟁을 벌이며 강력 반발했다. 백 의원은 단식 10일 차였던 전날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을 비롯해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동료 의원과 시민·사회·노동·여성단체는 양 위원장에 대한 징계와 사퇴 등을 요구했지만 양 위원장은 "재판을 통해 무죄를 확인하겠다"며 버텼다.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역시 양 위원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후 징계 요구안이 상정됐지만 수개월째 소집을 미뤘다.
사태는 이날 오전 조 비서실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김동연 경기지사가 도의회를 찾아가 최근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정상화 국면에 접어 들었다.
조 비서실장의 사퇴와 김 지사의 유감 표명 직후 경기도의회 양당은 내년도 본예산안 심사 정상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예산안 심의 합의와 별개로 도 공직자들이 요구해 온 양 위원장 사퇴에 대해선 "추후 적절한 조치를 찾겠다"는 수준의 입장만 내놨다.
도의회 양당은 오는 8일 예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