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80년은 한편의 서사처럼 위대한 여정이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철호 기아 창업자는 자전거에 이어 오토바이, 삼륜차 그리고 최초의 종합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마침내 엔진의 국산화까지 이뤄내 대한민국 모빌리티의 근간을 닦았다"며 창립 80주년을 자축했다.
정 회장은 "기아와 현대는 하나가 됨으로써 더 큰 미래를 함께 꿈꾸었다"며 "기아 80년의 헤리티지를 가슴에 품고 앞으로 100년을 향한 또 하나의 위대한 여정으로 같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톱5'까지…대한민국 산업의 산역사
정 회장은 김철호 창업자에 대해 "자전거를 만들 때부터 비행기를 꿈꾸는 남다른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자전거에 이어 오토바이, 삼륜차, 그리고 최초의 종합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마침내 엔진의 국산화까지 이뤄 내면서 대한민국 모빌리티의 근간을 닦았다"고 회고했다.기아는 한국전쟁 중 국내 최초 자전거 '3000리호'를 생산했고, 1974년 첫 승용차 '브리사 S-1000'을 만들었다. 이후 '봉고'와 '프라이드'를 생산하며 전성기를 맞지만, 분식회계와 경영 악재가 겹치며 1997년 법정관리에 직면했다. 이듬해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해 오늘날의 체제를 갖추게 됐다.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출범할 당시 글로벌 톱 5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명예회장은 기아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존중해야 진정한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슬로바키아의 슬로박 질리나 공장 시찰 때 (명예회장이) 저를 옆에 태우고 공장을 달린 적이 있는데, 그때 명예회장은 아직 검수 되지 않은 차를 본인이 직접 운전함으로써 품질과 현장을 강조했다"고 회상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기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의선 당시 부사장을 2004년 말 인사에서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기아의 80년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특유의 저력으로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며 "정주영 창업회장은 화성공장 기념비석에 '기아 혼 만만세'라고 새길 정도로 기아 만의 독창인 혼, 즉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아의 혼은 오늘날 혁신 DNA로 거듭났다"며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생각의 변화를 통한 조직 문화 개선, 역동적인 디자인을 통한 새로운 아름다움의 추구,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미래 모빌리티라는 비전을 향한 여정까지, 모든 것들이 기아만의 혼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기 때문에 잘 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저희가 잘했던 부분, 또 실수했던 부분을 참고 삼아서 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차별화되는 기아만의 DNA에 대해서는 "기아는 사실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라고 볼 수 있다"며 "원초적으로 강하고 개성이 있는데, 그것을 잘 다듬으면 아주 훌륭한 보석으로 태어날 수 있는 그런 성질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룹 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뒤처져 있다'는 취지의 냉정한 평가도 내놨다. 정 회장은 "중국 업체나 테슬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고 격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격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며 우리는 안전에 더 포커스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80년 발자취 담은 社史·미래콘셉트카 최초 공개
기아는 이날 행사에서 80년 사사(社史)와 미래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공개하기도 했다.사사 '도전과 분발, 기아 80년'에는 창업 정신과 주요 모델 개발 과정, 시련 극복 및 브랜드 성장 스토리 등이 담겼다.
임직원들은 기아가 현대차에 1998년 인수가 된 이래 "1년 내내 비상 아닌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 명예회장의 '뚝심'과 '섬세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정 명예회장은 여의도 사옥 지하에서 즉문즉답을 했다"며 "같이 현장에서 뛰어주는 회장 덕분에 4, 5년 걸릴 것이 1년 안에 품질이 개선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신차 주행 테스트 할 때 회장이 직접 차를 몰았는데, 엄청 세게 몰면서 (끝나고 난 뒤) 개선점을 알려줬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이동의 개념을 단순한 주행에서 휴식과 소통으로 확장한 미래 콘셉트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는 성과를 자축하기보다 역사를 되돌아보며 과거 위기를 초래했던 사업 운영과 경영 방식, 섣부른 성공에서 오는 자만을 80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경계하고, 창업 이래 이어 온 분발의 정신을 되새길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전기차와 PBV 모델을 활용해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