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에 뿔난 대구FC 팬들, 근조화환 200개 설치…"대구시, 책임져야"

5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대구FC 팬들이 강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200여 개의 근조화환을 설치했다. 곽재화 기자

5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시 동인청사 앞.

화환을 가득 채운 10여 대의 트럭이 줄지어 청사 앞에 도착했다. 화환업체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청사 맞은편 주차장 앞에 화환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화환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만 70개를 주문받았다. 다른 업체도 많이 오는 걸로 안다"며 또다시 화환을 옮기기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대구FC 공식 서포터즈 '그라지예'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대구 FC 2부리그 강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근조화환 설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라지예는 총 200개의 근조화환을 주문했다.

현장에서는 그라지예 소속 팬들이 대구FC 로고가 새겨진 목도리와 패딩 점퍼 등으로 무장한 채 화환 비치를 도왔다.

화환에는 "대구FC 2부 강등, 대구시의 잘못은 없나" "신뢰를 잃은 프런트 병들어가는 구단" "우리들의 축구단 대구FC 시민 세금 느그들이 다 해먹냐" 등 구단과 대구시를 성토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3년째 대구FC를 응원하고 있다는 주부 이은주(36)씨는 "그라지예 회원이기도 하고, 화환만 보내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대구FC 측에) 시그널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시위는 지난해 대구FC처럼 2부리그로 강등된 인천유나이티드 팬들이 벌인 근조화환 시위에서 착안해 기획된 것으로, 이날 오후 10시쯤 화환은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구FC는 FC안양과의 최종전에서 비기면서 10년 만에 2부 리그로 강등됐다.

그러자 지난 2일 대구FC 혁신위원회가 혁신안을 내놓고 조광래 대표이사가 사임을 발표했다. 하지만 팬들은 조광래 대표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며 혁신안에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팬들은 대구FC가 시장을 구단주로 하는 '시민구단'인 만큼 대구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왕석 그라지예 회장은 "시가 직접 혁신위를 주도한 만큼 혁신위 회의록을 공개하고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단이 납득할 만한 쇄신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11일에 그라지예 소속 소모임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 추후에도 2,3차 시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대구FC 팬들이 강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200여 개의 근조화환을 설치했다. 곽재화 기자

시위 현장을 찾은 윤권근 대구시의원은 "대구FC가 개인이나 기업 구단이 아닌 시민 구단인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면서 "오는 10일 대구시 주무부서 과장, 그라지예, 대구축구협회, 대구FC 관계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FC는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조광래 대표이사 사임 안건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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