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우식(국민의힘·비례)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이 주재하는 행정사무감사를 받을 수 없다며 보이콧했던 조혜진 경기지사 비서실장이 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비서실장은 5일 입장문을 내 "도민의 민생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애초에 직에 연연한 적 없었고, 임명권자인 지사에게 더는 부담을 줄 수 없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조 실장은 "양우식 운영위원장과 관련된 문제는 경기도 공직자들의 자존감과 직결된 것"이라며 "도의회에서 책임있게 해결해 주리라 믿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실장을 비롯한 안정곤 정책수석 등 경기지사 보좌진 6명은 "성희롱 논란이 있는 양 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참석할 수 없다"며 지난달 19일 열린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경기도의회는 조 비서실장의 불출석을 '의회 경시'라고 보고 파행 사태를 이어갔다.
당시 조 실장은 "양 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주재나 참석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했는데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양 의원이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밝혀졌고 검찰 기소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운영위원장을 내려놓고 재판에 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양 의원이 기소 이후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공무원노조와 공직자들에 대해 법적 대응 운운하는 등 2·3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도의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서울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무처 직원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로 지난 10월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노동단체들은 그의 발언 수위 등을 고려할 때 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며 소속정당과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양 위원장은 "재판을 통해 무죄를 확인하겠다"며 버텨왔다.
조 비서실장의 사퇴를 두고 경기도 공무원들의 불만도 감지된다. 그가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경기도청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성희롱 덮자고 예산 볼모 삼아서 똘똘뭉쳐서 비서실장 사퇴시키는게 도의회가 할 일이냐?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 슬픔보다 분노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조 비서실장의 사퇴는 전날 단식 도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의원의 거취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백 대표의원은 조 비서실장의 사퇴와 내년도 경기도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예산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단식 투쟁을 벌였다.
이후 백 대표의원과 김 지사는 병원에서 만나 20여분간 대화를 나눴고, 이후 조 비서실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 ▶ 다음은 조혜진 경기지사 비서실장의 입장문 |
| 저는 오늘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직을 내려 놓습니다. 도민의 민생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임명권자인 지사님의 부담을 더는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직에 연연한 적은 없습니다. 양우식 운영위원장과 관련된 문제는 도 공직자들의 자존감과 직결된 것입니다. 도의회에서 책임있게 해결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