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을 처리하다 중소·지역방송사들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한 사실이 4일 파악됐다. 발전기금의 합리적 배분을 논의하던 차에 별안간 100억원대 규모 예산이 별다른 설명 없이 몽땅 사라지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당서도 "납득 힘들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지상파·케이블종편·보도채널 사업자나 통신사를 대상으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걷어 운용하는 돈이다.
그런데 문체부 소관기관인 아리랑TV와 국악방송이 기금을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 지난 6년간 1600억 원 넘게 타갔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여당은 이번 예산 심사 과정에서 두 방송사 지원 예산 약 157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그 돈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분투하는 중소·지역방송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을 살펴보니 관련 예산 증액은 기존 정부안 대비 5억 원 수준에 그쳤다. 국회 과방위가 약속대로 157억 원을 증액하고 문체위도 반대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예결위 심사를 거치면서 별안간 증발한 것.
과방위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지역 소멸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소·지역방송들이 중요한 시기를 겪고 있는데, 상임위까지 통과한 예산을 다 삭감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CBS를 포함한 종교방송협의회는 "기금의 취지를 몰각하고 지역·중소방송의 기대를 저버린 예산 처리에 큰 우려를 표명한다"며 "삭감된 예산은 도대체 어디로 증발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특히 라디오를 기반으로 한 중소방송은 다양성, 지역성을 함양해 사회통합이라는 공익적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왔다"며 "이 땅의 방송 생태계가 송두리째 외국 자본에 장악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금은 목적과 필요에 부합하는 곳에 쓰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역방송협의회도 별도 성명을 내고 "추경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절차를 통해 조속히 관련 예산을 원안 복원하라"면서 예산안이 기재부 단계에서 어떤 판단과 절차를 거쳐 바뀌었는지 △회의록 △검토보고서 △협의 경과를 전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국회 예산 심의 취지와 결정에 반하는 변경이 있었다면 관련 법령과 예산총칙 위배 여부를 점검하고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라"며 "방미통위·문체부·기재부 간 조정의 공식 기준과 판단 근거를 제시하고 임의적·편의적 해석이 있었는지 감사를 통해 규명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