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사건 책임자 '경징계' 요구

제주도교육청, 교사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교장·교감 대응 문제 있었다면서도 경징계 요구
고강도 업무·병가 제한도 사실로 확인
교사유가족협의회 "도교육청 결과 신뢰할 수 없다"

제주도교육청. 고상현 기자

지난 5월 숨진 제주 모 중학교 교사 사망사건 진상조사에 나선 제주도교육청이 학교 측의 민원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냈으면서도 책임자에 대해선 경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다.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반은 4일 오후 2시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모 중학교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6월 30일 구성돼 약 5개월 동안 조사에 나섰다. 조사는 △학교 민원대응체계 작동 여부 △병가 요청 및 승인 절차의 적정성 △업무 배치 및 고인의 업무 과중 여부 △경위서 작성 및 국정감사 제출자료의 적정성 △생활지도 관련 민원 처리 과정 △사망 장소 설치에 대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우선 학교 측의 민원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진상조사단 강재훈 감사관은 "학교는 민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내부 협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민원대응팀이 작동됐다고 하나, 교장이 민원에 대한 통화 내용을 고인에게 알리지 않았고 민원 해결 일정과 대책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은 학교장이 끝까지 책임지고 민원 처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장은 학생 보호자와 통화해 민원 내용을 청취했다고 진술했으나 통화가 학교 전화로 이뤄져 객관적 증빙이 남아 있지 않고 이후 학교 차원에서 어떤 후속 대책을 논의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사반은 책임자인 교장과 교감에 대해 견책 또는 감봉 수준의 경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해당 학교가 사립이라 징계 권한은 도교육청이 아닌 학교 법인에 있다. 도교육청은 이미 지난 2일 감사처분심사위원회를 열고 경징계를 요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경징계 이유에 대해 강 감사관은 "고의성이 다분하거나 과실이 크거나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중징계인데 경고나 주의를 받은 적 없고 성실하게 근무했다면 경징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교감의 허위 경위서 제출, 고인의 병가 제한 등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도교육청에 마련된 교사 분향소. 고상현 기자

이밖에 고인의 업무 강도가 매우 높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강 감사관은 "3학년 부장, 담임, 과학 교과 담당 등 보직을 맡아 학기초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며 "초과근무, 시스템 기록 등을 종합할 때 실제 수행 업무량은 공식 기록 이상으로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학교가 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고인이 교무부장과의 통화에서 병가를 내겠다고 의사표시를 했는데 보고 받은 교감이 민원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가를 내면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해 결국 병가를 가지 못했다.

교감의 경위서 허위 작성 의혹도 사실로 판단했다.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경위서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이밖에 심리부검 결과를 보고서에 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경찰 소관이라 참고 자료로만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순직 여부에 대해선 "결정은 사학법인이 하지만 요청 자료는 제공하겠다"고 했다. 도교육청 직원이 경찰 수사결과 브리핑에 현장에서 허가없이 녹취를 한 사실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발표 직후 교사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장을 찾아 "도교육청 결과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유족에게 먼저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5월 22일 새벽 도내 한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학생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6월 30일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지난 10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학생 가족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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