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뻔한 '급식'…"이웃을 위한 따뜻한 한 끼가 되다!"

현행법상 학교급식은 '즉시섭취용'…남으면 '전량 소각'
경기도교육청, 급식 잔반 처리비용 연간 100억 원 이상 발생
오종민 교육행정실장, 학교급식 예비식 기부 아이디어 제안
남은 학교급식을 지역 사회복지시설 연계해 '취약계층 기부'
문승호 경기도의원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 발의
전국 최초 사례, 2024년도 우수조례 선정
문 의원 "예선 절약, 환경보호, 이웃 나눔 등 의미 있어"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급식 때문에 학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교급식은 화려한 식단과 영양, 맛까지 잡으며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정성껏 만든 학교급식이 남으면 모두 소각되는 거 알고 계신가요?

학교급식은 학생 수만큼 만들지만 결석, 식습관 등으로 남는 음식은 매일 발생하는데요. 조리 직후 손도 대지 않은 음식들이 '즉시 섭취용'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쓰레기가 됩니다.

경기도에서만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돈이 급식 잔반을 처리하기 위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낭비의 고리를 끊고, 버려질 뻔한 음식을 이웃을 위한 따뜻한 한 끼로 바꾼 이들이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시 능곡초등학교, 점심시간이 끝나자 학교급식의 예비식이 지역내 푸드뱅크로 전달되고 있다. 박철웅 PD

남겨진 한 끼, '예비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다

경기도 시흥시 능곡초등학교 급식실, 조리가 끝난 후 독특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영양교사 서지은 씨는 아이들에게 배식하기 전 일부 음식들을 따로 통에 담아 놓았습니다.

"예비식이라고 하는데요. 손도 대지 않은 깨끗한 음식입니다. 철저한 온도 관리 하에 이걸 그대로 복지관에 전달하면 하루 안에 도시락으로 재포장돼 취약계층, 독거노인 등에 전달됩니다."

이렇게 남은 급식을 기부할 수 있게 된 것은 현장의 영양교사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시흥시 최초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생겼고 현재 24개교 학교가 6개 복지기관을 통해 독거노인, 1인 중장년층, 취약계층에게 매일 신선한 도시락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은 학교급식을 기부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안한 오종민 교육행정실장. 박철웅 PD

 "버리라는 지시"…하루에 사라진 1100인분

예비식 기부의 씨앗은 코로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1년 당시 효원고등학교 오종민 교육행정실장은 잊지 못할 하루를 경험했습니다. 확진자 발생으로 급식이 중단되자 1100인분의 멀쩡한 급식을 전량 폐기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불과 5km 거리에 무료급식소에 나눠주려고 해도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이 좋은 음식을 kg당 180~200원씩 줘가면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아 정책 제안을 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채택됐고, '예비식 기부'라는 개념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경기도의회 문승호 의원은 전국최초로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박철웅 PD

 남기지 않는 급식 시스템…조례가 길을 열다

문제는 제도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면 학교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죠. 그 공백을 메운 사람이 경기도의회 문승호 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1)입니다.

"경기도교육청 행정감사 때 매년 학교급식 폐기 비용으로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배식 전 깨끗하게 남은 예비식을 지역사회로 돌릴 방법이 필요했죠."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입니다.

문 의원은 "학교당 월 수십만 원, 경기도 전체로 보면 수억 원의 처리 예산을 아낄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것을 넘어 탄소 배출을 줄이고,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1석 3조'의 효과"라고 강조했습니다.

돈을 주고 태워버리던 골칫덩어리 음식물 쓰레기. 발상의 전환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 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뒤에서 노력하고 계씬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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