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호장비를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중수색을 지시해 해병대 채상병을 순직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4일 열린 첫 공판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 재판에서 임 전 사단장 측은 특검 측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임 전 사단장의 변호인인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 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소속 부대장으로서 명령 범위 안에서 지원했을 뿐이지 명령 자체를 위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박상현 전 7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역시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용민 전 포7대대장과 채상병의 중대장이었던 장모씨는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대대장 측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수사 초기부터 지휘관으로서 과실을 인정해 왔고 법정에서도 인정한다"며 "이 전 대대장은 임 전 사단장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던 소극적 과실이 있고, 사건의 본질·절대적 과실은 임 전 사단장에게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 등의 지시가 불명확했는지와 그로 인해 현장 지휘관들에게 어떤 혼동을 야기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의 바둑판식 수색 지침, 가슴장화 확보 지시가 사실상 수중수색 지시로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는 특검팀의 주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15일에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해병대원 2명을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이다. 당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허리 깊이로 들어가 수중수색을 하도록 하는 등 안전 주의 의무를 저버린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바둑판식 및 수변으로 내려가 찔러보는 방식 등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지시했고, 가슴장화를 확보하라고 하는 등 수중수색으로 이어지게 된 각종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임 전 사단장이 현장지도, 수색방식 지시, 인사명령권 행사 등 사실상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며 명령을 위반했다고 봤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는 제도다.
임 전 사단장 측은 특검법상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이 유명무실해져 사실상 특정 정당에 특검 임명권이 주어졌고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특검팀의 항소 취하 권한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