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해양·항만 기술 기업의 요람 PIER71…한국 기업도 진출

정부와 국립대학이 공동 설립·운영하는 기술 기업 지원 플랫폼
매년 '스마트 포트 챌린지' 통해 해양 산업 과제 해결하기 위한 기술 솔루션 기업 20곳 선정
지난해에는 'TAS 글로벌' 등 우리나라 기업 3곳 뽑혀
전 세계 기업 대상으로 기술 발굴하고 민·관·학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 PIER71 성공 비결
부산항만공사 "PIER71 성공 사례 벤치마킹해 해양·항만 기술 기업 육성에 특화한 사업 구상"

싱가포르 당국과 국립대학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PIER71은 싱가포르 해양·항만 기술 기업 양성의 요람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송호재 기자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환적 화물을 처리하는 해운·항만 국가다. 이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는 해양·항만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에 있다. 그중에도 싱가포르 해양 당국과 대학이 협력해 만든 'PIER71'은 해양·항만 분야 스타트업·기술 혁신 허브이자 해양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 열린 해양·항만 기술의 요람 PIER71…개발부터 시장 개척까지 지원

싱가포르 당국과 국립대학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PIER71은 싱가포르 해양·항만 기술 기업 양성의 요람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스마트 포트 챌린지에 최종 선정된 우리나라 기업 TAS Global 김유식 CEO가 자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송호재 기자

싱가포르 도심을 벗어나 퀸스타운(Queenstown) 지역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리된 도로 옆으로 오래된 대형 건물이 눈에 띄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개성을 가진 건물들과 달리 다소 특색 없는 아파트 형태의 건물이 오히려 독특한 인상을 풍겼다. 복도를 지나 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건조한 건물 외관과는 대조되는 원색의 가구와 인테리어가 취재진을 반겼다. 테이블에서는 몇몇 관계자들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싱가포르 해양·항만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PIER71' 사무실 모습이다. 싱가포르는 오래전 아파트형 공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혁신 허브로 조성했다. PIER는 'Port Innovation Ecosystem Reimagined'의 약자로 스타트업 허브 지구인 BLOCK71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에 해당하는 MPA(Maritime and Port Authority of Singapore)와 세계적인 대학인 싱가포르 국립대학이 2018년 공동 설립했다. 산업 지식 교류와 새로운 기술 개발, 혁신적인 인재 유치 등을 목표로 운영한다.

PIER71의 핵심 역할은 해양·항만 분야 스타트업 등 기술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일종의 오디션인 'Smart Port Challenge' 개최다. 해양·항만 업계의 의견을 모아 개선점이나 과제를 정한 뒤 이를 전 세계 기술 기업에 제시하고, 기술을 통한 해법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선정된 20개 기업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시장 개척까지 기술 개발과 상용화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필요할 경우 사무실 등 물리적인 공간도 제공한다. 지금까지 17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60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지난해 스마트 포트 챌린지에는 모두 3개의 우리나라 기업이 최종 참가 기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김유식 CEO가 이끄는 타스 글로벌(TAS Global)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TAS는 해양 로보틱스와 수중 솔루션 기술 기업으로, 지난해 스마트 포트 챌린지에 'PROACTIVE'라는 수중 기술 솔루션을 출품했다. 선박 하부 청소나 수중 검사, 유지 보수 작업을 자동화하고 효율화하는 기술이다.

김유식 대표는 "싱가포르에는 다양한 글로벌 해사 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여러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글로벌 비즈니스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며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 간 벽이 높지 않아 의견이 모일 경우 통일성 있는 지원이나 정책이 가능하고 아이디어가 한곳에 모여 효율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며 스마트 포트 챌린지를 비롯한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부처 칸막이 없이 '성과'에 집중…BPA, PIER71 성공 사례 배운다

싱가포르 당국과 국립대학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PIER71은 싱가포르 해양·항만 기술 기업 양성의 요람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사진은 싱가포르 해양·항만 당국(MPA) 관계자가 PIER71을 설명하는 모습. 송호재 기자

PIER71은 전 세계 기술 기업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 개발 단계는 물론 이후 실증과 시장 개척, 상용화 단계까지 지원한다는 점, 실제 싱가포르 해양·항만 업계에 필요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효적인 기술 개발에 특화했다는 점 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또 정부와 대학, 민간 해운 기업 등이 장벽 없이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위한 기업 발굴과 육성에 나선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이런 PIER71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해양·항만 기술 기업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BPA는 현재 창업 지원 플랫폼 '1876부산'을 운영 중이지만, PIER71과 달리 입주 기업을 모집해 해운·항만 분야에 적용할 신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개념에 가깝다. 또 부산시의 창업 지원 사업 역시 특정 분야가 아닌 여러 산업의 기술을 육성하고 지원하다 보니 해운·항만 관련 기업은 전체의 7%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BPA 설명이다.

BPA는 PIER71 사례를 도입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해운·항만 분야에 특화한 기술 기업 육성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대학의 협업 사례를 바탕으로 해양·항만 관련 대학과 협업 체계 등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항만·물류 분야 기술 스타트업 간 네트워크 구축 등에도 나설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해운·항만 전문 창업 시설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라며 "반면 PIER71은 해양·항만 분야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라고 전했다.

이어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이 항만 당국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과 학계, 산업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재정이나 물리적인 지원은 물론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 관계 기관과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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