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등·내수 위축에…순자산 지니계수 역대 최악

지난해 빈부 격차 관련 지표 일제히 악화돼
소득 낮은 가구는 내수 위축에 수입 줄고, 고소득 가구는 부동산으로 자산 늘어
'노후 준비 잘됐다' 9.6%, 은퇴 후 '생활비 여유있다' 11.5% 뿐

황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 집권 시기인 지난해 소득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모두 악화돼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간 격차가 커져서, 순자산 지니계수는 역대 가장 나쁜 기록을 세웠다.
 
또 아직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대비가 잘 된 가구는 10%도 채 되지 않은 반면, 절반 이상은 '잘 되어 있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은퇴한 가구 역시 생활비에 여유가 있는 가구는 11% 수준으로, 역시 절반 이상은 생활비 부족을 호소했다.

지난해 빈부격차 지표 모두 악화…내수 위축에 가난한 사람들 소득 줄고, 부동산 폭등에 부자 자산 늘고

국가데이터처 제공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각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 원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각 가구가 갖고 있는 자산 구성을 보면 금융자산 24.2%, 실물자산 75.8%로 금융자산 비중이 0.6%p 하락했다.
 
가구주는 여유자금 운용 방법으로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에 56.3%, '부동산 구입'은 20.4%, '부채 상환'은 19.6%의 순으로 선호했다.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는 3.0%p 증가한 반면, '부동산 구입'은 2.2%p 감소했다.
 
금융자산으로 투자하는 경우 여전히 '예금'이 87.3%에 달했고, '주식'은 9.6%, '개인연금'은 1.7%였다. 또 '예금', '개인연금'의 비중은 큰 차이 없었고 '주식'이 0.2%p 하락했다. 애초 여유자금 운용 방법으로 절반 가량이 저축과 금융자산을 선택했던 것을 감안하면, 주식을 주된 운용수단으로 선호하는 가구는 5% 내외에 불과한 셈이다.
 
가구의 평균 부채는 4.4% 증가한 9534만 원이었다. 부채는 금융부채 71.3%(6795만 원)와 임대보증금 28.7%(2739만 원)로 구성됐는데, 특히 임대보증금은 전년보다 10.0%나 급증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 7144만 원으로 5.0% 늘어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또 지난해 기준 가구당 평균 소득은 7427만 원, 처분가능소득은 6032만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4%, 2.9%씩 증가했다.
 
전체가구의 57.0%가 3억 원 미만의 순자산을 갖고 있었다. 순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가구는 11.8%였고, 1억 원 미만인 경우는 29.5%, 1~2억 원 미만인 가구는 15.4%였다. 전년에 비해 순자산 0~1억 원 미만 가구의 비중은 0.2%p, 10억 원 이상 가구의 비중이 0.9%p 씩 각각 증가해 자산 격차가 더 커졌다.
 
그 결과 최상위 10%인 순자산 10분위 가구가 가진 자산이 전체 가구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4%로, 전년보다 1.6%p 비중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순자산 지니계수는 전년보다 0.014 증가한 0.625를 기록해 201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기록을 세웠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뜻이다.
 
또 소득별로 볼 때 나머지 분위 가구의 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증가한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순자산의 비중은 전년보다 4.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균등화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99로 전년에 비해 0.007 증가해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 역시 5.78배로 0.06배p 증가했다. 5분위배율은 가장 부유한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 소득 평균값으로 나눈 결과로, 지니계수처럼 숫자가 높을수록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뜻이다.
 
균등화 처분가능 중위소득의 50%(빈곤선) 이하에 속한 인구수를 전체 인구수로 나눈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 역시 15.3%로 전년대비 0.4%p 증가했다. 이 역시 수치가 높을수록 가난한 사람의 수가 늘어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난해 빈부격차가 커진 까닭에 대해 데이터처 김현기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의 소득증가율이 5분위의 소득증가율보다 좀 더 낮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득분배지는 좋지 않아졌다"고 평가하고, 1분위 소득증가율이 낮은 원인으로는 "39세 이하 1분위 가구들의 취업 증가율이 둔화되고 민간소비가 위축되니까 사업소득 등이 적기 때문에 다른 분위들보다는 적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순자산 지니계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배경에 대해서는 "자산 측면에서는 지난해에는 실물자산이 1.3% 올랐는데, 올해는 5.8% 올랐다"며 "부채 측면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전월세 부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노후준비 안됐다' 51.9%…은퇴가구 중 55.6% '생활비 부족' 호소

한편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가구 중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는 83.0%였다. 이들이 예상하는 은퇴 연령은 68.6세였지만, 정작 실제 은퇴하는 연령은 62.7세로 현실과 인식 간의 격차가 컸다.
 
가구주와 배우자의 노후를 위한 준비상황이 '잘 되어 있다'는 답변은 9.6% 뿐으로, '보통'이라는 답변의 39.1%까지 합쳐 비교해도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답변이 51.9%에 달해 더 많았다. 다만 전년과 비교하면 '노후대비가 잘 되어 있다'는 답변은 1.3%p 늘었고,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답변은 0.5%p 감소했다.
 
실제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의 경우 가구주와 배우자의 생활비가 '여유 있다'는 답변은 11.5%, '보통'이라는 답변은 32.5%로 각각 1.0%p, 0.4%p씩 늘었다. 반면 '부족하다'는 가구는 1.4%p 줄었지만 여전히 55.6%에 달했다.
 
이들이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은 '공적 수혜금'(34.4%), '공적연금'(30.3%), '가족수입 및 자녀 등의 용돈'(21.2%) 순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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