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천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어려운 통상 환경 속에서도 수출이 견조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부와 한국무역협회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이 6402억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기록인 6287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만큼, 연말에는 수출이 처음으로 7천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관세 조치, 글로벌 유가 하락 등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수출은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상저하고'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 회복을 주도한 건 반도체·자동차·선박·바이오 등 전통 주력 제조업이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 자동차의 견조한 해외 판매, 선박 수주 등이 올해 실적을 이끌었다. 한류 확산에 힘입은 K-푸드와 K-뷰티, 방산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며 힘을 보탰다.
수출 시장 역시 미국·중국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아세안, 유럽연합(EU) 등으로 꾸준히 다변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중소기업 수출 기반도 확대돼, 3분기 누계 기준 수출 중소기업 수는 8만 9천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수출액도 871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수출에 기여한 무역 유공자 598명과 1689개 기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수출의 탑' 중 최고 영예는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50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HBM 등 고부가 제품 확대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 2022년 300억달러 수출의 탑을 받은 데 이어 3년 만에 더 높은 기록을 세운 것이다.
뒤이어 현대글로비스가 60억달러 탑, HD현대삼호가 40억달러 탑,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현대로템·노벨리스코리아가 각각 20억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올해 수상 기업의 91%는 중소기업이었으며,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자동차부품이 두드러졌다. 1억달러 이상 수출의 탑을 받은 67개 기업 중 20개가 이 두 업종이었다.
유공자 포상에서는 쎄믹스 유완식 대표, 현대차 정준철 부사장, 일신케미칼 김진웅 대표, 원일전선 이찬재 대표, 부광금속 방태용 대표 등 5명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유 대표는 반도체 검사장비 국산화와 세계 시장 개척을 통해 일본 중심이던 시장 구도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올해 성과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수출기업의 의지가 만든 결실"이라며 "한국 수출의 회복력과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최대 수출을 넘어 산업혁신과 K-컬처를 기반으로 새로운 무역 성장 경로를 열고, 수출 성과가 중소기업과 지역·근로자에게까지 확산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