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 리그에서 관심을 받은 베테랑 타자들의 행선지가 거의 결정됐다. 이제 남은 FA는 '뜨거운 감자' 김재환(37)이다.
김재환은 지난달 26일 원 소속팀인 두산이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지난 2021년 12월 김재환과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당시 '4년 계약이 끝난 2025시즌 뒤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의 옵션에 따른 것이다.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재취득한 김재환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두산과 우선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조건 없이 방출돼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게 됐다.
논란은 컸다. 두산으로서는 다른 FA와 달리 김재환의 이적에 따른 보상금이나 보상 선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4년 최대 115억 원 계약 당시 두산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다른 구단과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옵션 조항을 걸어야 했다.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제도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간 일종의 편법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다른 베테랑들의 이적 소식이 잇따른 가운데 김재환은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그동안 올해 LG의 한국 시리즈(KS) 우승을 이끌며 MVP에 오른 김현수(37)가 kt로 이적하고, KIA에서 9년을 뛴 거포 최형우(42)가 10년 만에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했다.
결은 다르지만 김재환도 김현수, 최형우처럼 팀의 중심 타자를 맡을 수 있는 자원이다. 2008년 두산에서 데뷔한 김재환은 통산 1486경기 타율 2할8푼1리 286홈런 982타점 836득점 장타율 5할4리 출루율 3할7푼4리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44홈런, 133타점으로 타이틀을 차지하며 정규 리그 MVP까지 올랐다.
다만 최근 성적이 하락세인 점이 걸린다. 김재환은 FA 계약 첫 시즌 타율 2할4푼8리 24홈런 72타점, 이듬해 타율 2할2푼 10홈런 46타점에 머물렀다. 지난해는 타율 2할8푼3리 29홈런 92타점으로 살아나는 듯했지만 올해 103경기 타율 2할4푼1리 13홈런 50타점에 그쳤다.
더군다나 금지 약물 복용 전력에 대한 주홍글씨와 두산과 계약 논란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김재환은 2군에서 뛰던 2011년 야구월드컵에 출전했다가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피나는 노력으로 후보에서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을 했지만 여전히 꼬리표처럼 약물 전력이 따라다닌다.
여기에 김재환이 구단과 협상에서 '갑'의 위치에서 계약이 진행됐다는 점까지 더해 여론이 좋은 상황이다. 김재환에 대해 타선 보강이 급한 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여론에 화들짝 놀라 발을 뺐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 역대 최고의 흥행을 거둔 프로야구이기에 이미지도 중요한 시대인 까닭이다.
김현수가 두산에서 메이저 리그(MLB)로 떠나고 LG로 이적한 뒤 두산 왕조를 지탱했던 중심 타자 김재환. 과연 논란을 딛고 새로운 둥지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