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대검에 찢어진 청바지…무서워도 막아야 했죠"[영상]

[12·3내란 1년]


◇ 서민선>오늘이 계엄 1년 된 날인데, 그날 국회 본관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계엄군을 직접 막으셨던 분들. 그때 어떠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이정환>그때 국회 경내로 들어온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님이 좀 늦게 오신다고 해서 한민수 의원님이랑 같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한 20분 15분 이 정도 기다리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제 헬기 소리가 들렸어요. 여의도역 쪽에서 소리가 크게 들렸고, 가까이 다가오다가 지나갔어요. 아마 헬기가 뒤에 운동장에 착륙하는 시기였던 것 같고, 이후 한 5분 정도 지나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완전 무장 상태로 이렇게 왔었어요. 그때 여기에 저희 보좌진들도 있고 당직자도 있고 유튜브 하시는 분들도 있고 기자분들도 있었거든요. 근데 군인들이 오는 모습을 보고 (국회 본청으로) 들어가게 하면 안 되니까 그때 저희가 막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서민선>그때 계속 본관 앞에 계셨던 거예요?

◆ 이정환>네 그리고 한참 군인들이 와서 40~50분 간 이렇게 계속 실랑이를 했어요. 그런데 군인들이 뚫을 수 없다고 이제 판단이 되니까 뒤로 돌아가서 유리창을 깨고 그때 들어갔더라고요.

◇ 서민선>그때 저도 여기 그 스크럼 짜는 거 봤었는데요. 그때 안에서 보좌진들 차출해서 나와 가지고 쭉 일렬로 서 가지고 이렇게 처음에는 팔짱 끼고 이렇게 스크럼을 처음에 짰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처음엔 몸으로만 하다가 나중에 집기들이 막 쌓이고 했었던 거 같은데.

◇ 박희영>처음부터 집기랑 가구들 쌓고 했던 거 아니에요?

◆ 이정환>두 분 다 맞는데 동시에 했어요. 왜냐하면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안의 상황을 잘 몰랐어요. 군인들을 1차적으로 막아야 하니까. 그래서 밖에 있는 사람들은 스크럼을 짜고 안에 있는 분들은 군인들이 그걸 뚫고 들어올까 봐 이제 막 의자를 쌓고 한 거죠.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보시면 돼요.

◇ 서민선>김 과장님도 당시 상황 좀 설명 해주세요.

◆ 김나경>저희는 공지 방이 있는데요. 거기서 이제 계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 10분 만에 전 당직자에게 집결 공지가 떴었어요. 그래서 바로 왔었는데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까 그 시간대에 따라서 들어오신 분도 있고 밖에 계신 분도 있었어요. 저희는 초기부터 의결 정족수를 충족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을 했거든요. 그래서 못 들어오신 분들은 못 들어오신 분들끼리 외부에서 그 월담조를 꾸렸어요. 저는 그때 운 좋게 본청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고요. 그때 솔직히 이게 누군가가 지시하고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근데 국장님들이 여러 경험들이 많으시고 하니까 '이거 바리케이드 쌓아야 한다' 이렇게 주장해서 예결위 회의장 쪽에서 본청으로 들어오는 거를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쌓고 그랬어요.

◆ 김나경>그리고 본관 정문 앞쪽 여기가 다 유리로 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깨고 들어올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도 각종 집기류로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이런 식으로 본회의장을 사수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서민선>안에 있는 분들, 밖에 있는 분들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로 역할이 나누어진 거에요?

◆ 김나경>네. 근데 이게 막 누군가가 딱 지시를 했다기보다 외부에선 '국회 못 들어간 분들은 다 여기로 모이세요' 했고, 저희가 원내나 조직국 통해서 의원실 전부에 다 공지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못 들어오신 의원님들은 다 저기로 가주세요. 누구누구한테 연락하시면 됩니다' 계속 이렇게 실시간으로 전파를 했어요.

◇ 서민선>밖에 있는 당직자들이 한 군데 모여 있고, 의원들 중에서도 못 들어간 사람들은 거기로 가라, 그러면 당직자들이 도와줄 거다, 그렇게 전파한거에요?

◆ 김나경>네 그러면 이제 그 당직자들이 엎드려서 의원님들 국회 담장 안으로 넘겨 드리고.. 여야가 상관없이 어떤 의원님이 오시든 다 넘겨드리고 했어요

◇ 서민선>여야 관계없이요?

◆ 김나경>네, 당연하죠. 그때는.

◇ 박희영>그때 일사불란하게 굉장히 빠르게 막 스크럼 짜고 집기 막 쌓고 그리고 의원님들은 계속 국회 안으로 하나둘 들어오고.. 이게 너무 신기했거든요.

◆ 김나경>그 공지 방에서도 '누구누구 의원님 들어오셨다', '어떤 의원님은 못 들어가고 계신다' 그렇게 올리면 '여기로 사람을 보내달라'는 등 실시간으로 꾸준히 공유가 됐었어요. 원내에서도 본회의장에 들어온 의원님들 실시간으로 몇 분 들어오셨는지 계속 파악하고 그래서 조금만 더 버티시라 뭐 이런 것들 이제 공유를 했거든요. 또 내부에선 '침입은 막아야 된다' 이런 공감대가 또 있었고.. 사실 보좌진이랑 당직자가 평소에 그렇게 교류가 있는 사이는 아닌데, 그땐 정말로 하나가 돼서..

◆ 이정환>사실 업무가 다르니까 뭐 이렇게 자주 교류할 일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아무튼 제 느낌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밖에 있는 분들이랑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목표가 하나였어요. '의결 정족수를 무조건 채워야 된다. 그때까지는 우리가 힘을 합해서 군인들이 못 들어오게 해야 된다' 그 생각이 가장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각자 있는 자리에서 혹시 군인들이 오면 막을 수 있게끔 준비를 해놓고..

◇ 서민선>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솔직히 무서웠거든요. 군인들 들어올 때 무섭진 않으셨어요?

◆ 이정환>무서웠죠. 사실은 저기 총을 들고 있고 저 총을 쏠 수도 있나 이런 걱정이 당연히 있었는데 그렇다고 저희가 길을 내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일단은 막아야 된다. 그래서 의결 정족수를 무조건 채워야 된다' 이런 생각이 되게 강했던 것 같아요.

◆ 김나경>솔직히 처음에는 현실감이 좀 없었는데 헬기 소리를 들으면서부터는 '아, 이게 정말 소요 사태로 확전될 수가 있겠구나' 하면서 저는 그때 다른 부장님이랑 저 입구에서 쪼그려 앉아서 좀 고민들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희가 '오늘 여기까지인 것 같다' 할 정도로 실제로 진짜 공포감이 좀 있었죠.

◇ 박희영>근데 진짜 막 총 들고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밀착해서 딱 붙어 있으니까.. 오발탄이라도 쏘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정환>그래서 사실은 이게 그때 입었던 바지인데.. 군인들이 총구를 아래로 해서 들고 있잖아요. 총을 이렇게 거꾸로 들고 있었거든요. 그 총구에 대검을 같이 껴놨는데, 거기에 찔린거죠. 상처가 깊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상황이 다 끝나고 보니까 찢어져 있었고 상처가 조금 나 있더라고요. 그 뒤에 한동안 이 바지를 입을 때마다 여기에 왜 뚫려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몸싸움하면서 대검에 찔렸던 거죠.

◆ 이정환>그때 거기 현장에 있는 분들은 진짜 실탄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저게 공포탄인지 실탄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걸 계속 확인하려고 했어요. 당시 영상에서도 보시면 '밀지마', '이렇게 자극하면 안 된다' 는 등의 말들이 있어요. 혹시 군인들을 자극해서 뭐 어떤 그런 명분을 줄까봐 저희가 그 선을 최대한 지키려고 했었거든요. 자제하자고 하면서 일부 흥분하는 분들에겐 '흥분하면 안 된다'면서 저희가 말리고 그랬어요. 아무튼 유혈 사태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인거 같습니다.

◇ 서민선>정말 다행이죠. 계엄이 이제 딱 1년 지났는데, 소회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김나경>방금 전에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갔다 왔는데, 이렇게 시민분들이 많이 모여주신 게 당시에도 큰 힘이 됐었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안 되니까, 저희도 늘 생각하고 경계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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