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청산" VS "윤 어게인"…비상계엄 1년, 대구 도심서 맞불집회

3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 앞 광장에서 12.3 불법 계엄 1년을 맞아 '내란 청산 사회대개혁 실현 대구시민대회'가 열렸다. 곽재화 기자

"돌이켜 보면 정말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빠른 내란 종식에 성공했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있습니다."

경북대학교 비상시국회의 대표 이형철 물리학과 교수의 말에 동성로를 메운 시민들이 웃으며 호응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미완의 과제가 남았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내란 재판을 보면서 확실히 사법부와 권력기관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 앞 광장. 12.3 불법 계엄 1년을 맞아 '내란 청산 사회대개혁 실현 대구시민대회'가 열렸다.

유난히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롱패딩과 장갑 등 방한도구로 중무장한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주최 측인 '계엄1년 대구대회 시민추진위원회'의 안내에 따라 각자 손에 응원봉과 깃발, 피켓 등을 들고 전광판을 바라보며 "내란정당 위헌정당 국민의힘 해체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대회에 참석한 시민은 약 300명. 주최 측은 "특정 단체가 주도하기 보다는 윤석열 파면 집회 당시 모였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계엄령과 집회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며 한시름 놓긴 했지만 내란 청산은 아직 되지 않았다며 입을 모았다.

경북 구미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A씨는 "친구랑 게임을 하며 채팅하던 중 갑작스럽게 욕을 하길래 물어보니 계엄이 내렸다고 하더라.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했다는 얘길 듣고 잠이 안와서 TV를 밤새 켜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종식은) 하나도 안 됐다"며 "재판이 늦어지든 안 늦어지든 사실 빨리 진행될 줄 알았는데 너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50대 여성 B씨는 "지난 겨울의 추웠던 집회 현장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1차적으로는 정권이 바뀌고 했지만 정확히 내란 청산이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갈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3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 앞을 보수 집회인 '계몽령 1주년 대구 집회' 측이 행진했다. 곽재화 기자

한편 이날 오후 5시부터 대구 중구 반월당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구국대국투쟁본부가 '계몽령 1주년 대구 집회'를 열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주최 측이 마련한 태극기 깃발 수십 개가 역 인근에 세워졌고 태극기를 집어든 참가자들은 방한도구로 중무장한 채 운동화 끈을 고쳐매며 행진 채비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쪽에 마련된 가판에서 생수와 핫팩, '윤 어게인', '부정선거 사형' 같은 팻말과 태극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윤석열 사진을 나눠주고 있었다.    

대구제일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C양은 "친구따라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 친구가 추천한 SNS 게시물과 유튜브를 보면서 집회에 나올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 거주 중이라는 70대 여성 D씨는 "윤 전 대통령은 본인이 대통령인데 계엄을 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국민들이 속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곳 집회에 참여한 경찰 추산 약 350여 명의 시민들은 "윤 어게인" 팻말을 들고 동성로 일대를 행진했다.

이들이 인근 CGV대구한일 앞 진보 시민 집회현장으로 다가가 "이재명 구속"등을 외치며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