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의원님 어디 있습니까?"
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원총회 연단에 오르자마자 꺼낸 첫마디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확정된 날이었다.
정 대표가 이소영 의원을 부르며 옅은 미소를 띄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 대표는 "예결위 (민주당) 간사로 수고하셨다"며 이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대신 읽어내려갔다. 예산안 심사 결과의 요지와 협치 성과에 관한 내용이었다.
李정부 첫 예산안 심사에 담긴 이소영의 '진심'
이날 이소영 의원은 자신의 SNS에 '지킬 것을 모두 지켜낸 예산 협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게시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앞세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민생 분야 예산을 적정 수준의 조정을 거쳐 지켜내면서도, 동시에 야당인 국민의힘 의견도 충분히 받아들여 경색됐던 양당의 협치 물꼬를 튼 데 의미를 뒀다.
또한 5년 만에 국가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을 준수하고 예산총액의 증가를 막기 위한 '감액 범위 내 증액' 원칙을 지켜내는가 하면, 일부 정부안 대비 당 차원의 적극적인 증액을 도모한 것에 관해서도 자부했다.
정청래 대표는 "제가 국회의원 하면서 이렇게 예산안 협상에 다섯 가지 의미를 부여할 만큼, 협상이 잘 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이어 "예산안 통과까지 고생한 의원들, 한병도 예결위원장, 이소영 간사,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에겐 '공개 칭찬'하고 당대표 포상을 하도록 하겠다"며 "김병기 원내대표, 문진석 수석도 고생했기 때문에 원한다면 포상 명단에 포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또 한번 좌중에선 웃음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민생회복을 위한 취약계층 금융지원 예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 중소기업 지역주도형 AI 대전환 예산 등을 잘 살려냈다"며 "대체적으로 17개 시·도에 누락되는 것 없이 골고루 필요한 예산은 거의 다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 같은 민주당 의총이 끝난 뒤 727조 9천억 원 규모의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5년 만의 시한 내 처리다.
본회의에서 이소영 의원은 예산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에 나서 주요 증액·감액 내용에 대한 의결을 요청했다. 이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의없다"는 정부 측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도 대화를 통해 서로 양보로 합의에 도달했다"며 "국민께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소신파 정치인에서 민주당의 '브레인 인재'로 진화
대형 로펌 변호사를 거친 법률가 출신이자 기후·환경·경제 전문가로도 알려진 이소영 의원은 당내 주요 현안에 대해 계파에 편승하지 않는 올곧은 의견을 내온 '소신파'로 분류된다.
지난 정권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의혹 킬러'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각종 특혜개발 사건을 집중 저격하는 등 민주당의 최전방 공격수로 뛰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논리적이고 차분한 언변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맹활약을 해온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와 대선후보 시절 금융경제·에너지 분야에 대한 정책 조언을 도맡으며, 이재명의 '젊은 책사'로서 신임을 쌓은 바 있다.
이어 민주당 정청래 체제에서도 정부의 첫 살림살이를 꾸리는 데 주축 역할을 맡으며, 또 다시 중앙당의 '인재'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이소영 의원이)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예결위 간사라는 중책을 맡아 아주 오랜만에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며 "내란 청산 문제로 극심한 대치 국면인데도 노련한 '협상의 기술'을 발휘한 건 이 의원의 원칙주의와 유연성 덕분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