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재료공학부 이관형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2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관형 교수는 2차원 반도체를 대(大)면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인 '하이포택시(hypotaxy)' 공정을 개발해 차세대 AI(인공지능) 반도체 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대 반도체 기술은 초미세·3차원 구조로 발전하고 있으나, 층이 많아질수록 전력 소모와 발열 등 문제가 커져 '원자 몇 층'(초박막) 두께에서도 뛰어난 특성을 보이는 2차원 반도체(TMD)가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공정은 기판 제약과 전사 과정에서의 손상, 박막 불균일성 등으로 넓은 면적에서 단결정 TMD를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결정은 원자가 규칙적이고 일관되게 배열된 고체 물질로,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고성능 반도체에 사용된다.
이관형 교수는 하이포택시 공정 개발로 대면적 TMD 성장의 새 장을 열었다. '하이포(hypo)'는 아래, '택시(taxy)'는 배열을 뜻하는 용어로, 기존에 기판 위로 결정을 쌓는 '에피택시(epitaxy)' 방식과는 반대로 위에 있는 2차원 재료가 아래로 성장하는 결정의 방향을 잡아주는 새로운 반도체 성장 기술이다. 이 공정은 기존에 단결정 성장이 어려웠던 비정질 이산화규소(SiO2)나 금속 기판 등의 표면에서도 고품질 TMD를 제조할 수 있어 소재·공정 호환성을 획기적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교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하이포택시 성능을 입증하였다. 우선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인 4인치 웨이퍼 전면에 단결정 이황화몰리브덴(MoS2) 박막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고, 금속 박막 두께만 조절해 TMD 층수를 정밀하게 제어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적 성능도 확보하였다. 또한,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과 호환성도 확보했으며 이황화텅스텐(WS2)와 이셀레늄화텅스텐(WSe2) 등 다양한 TMD 물질에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해 하이포택시가 범용적 2차원 반도체 성장 플랫폼임을 증명했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교수 연구 성과는 지난 2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Nature)'에도 게재됐다.
이 교수는 "예상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로부터 시작한 연구였는데 실패한 연구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향후 실리콘 이후의 반도체 플랫폼을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구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최근 3년간 독보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창출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달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