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밝혀낸 수도권 출퇴근 공식…교통 정책 새판 짠다

류영주 기자

서울과 경기·인천을 잇는 거대한 통근 벨트의 흐름이 처음으로 정밀하게 드러났다. 서울시와 KT가 공동 구축한 '수도권 생활이동 데이터'가 공개되면서다. 250m 격자 단위로 수도권 전역 4만여 구역의 이동량을 20분마다 집계한, 국내 최초의 초정밀 교통 분석 시스템이다.
 
핵심은 이동 거리·연령·생활권마다 교통수단 선택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이다. 단거리(1~4km)는 버스, 중거리(5~19km)는 지하철, 장거리(20~35km)는 차량이 우세했다. '출근은 지하철, 장거리는 자가용'이라는 통념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연령대별 이동 방식도 뚜렷했다. 청년층(20~39세)은 지하철 이용 비율이 48%로 가장 높았다. 역세권 중심의 생활권과 직장·학교 접근성이 그대로 반영됐다. 반면 중년층(40~59세)은 차량 이용이 45%로 절반에 육박했다. 가구 단위 이동과 직주거리, 외곽 거주 비중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장년층(60세 이상)은 다시 지하철 이용이 44%로 높아지며 '요금 부담·접근성'이 이동 패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했다.
 
연합뉴스

목적지별 차이는 더 뚜렷했다. 서울로 향하는 이동은 대중교통 비율이 60%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으로 가는 이동은 차량 비율이 68~73%까지 치솟았다. 생활권 간 불균형한 광역교통망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서울시는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광역버스 최적 노선 발굴, 역세권 하차 후 도보 이동이 과도한 구간의 라스트마일(대중교통 하자 지점에서 목적지까지의 구산) 개선, 생활SOC 위치 선정 등 교통·도시계획 전반을 다시 짠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김포~강남 통근처럼 지하철 하차 후 이동이 길어지는 지역은 따릉이나 보행 환경 개선이 우선 투입되고, 파주~광화문·시흥~여의도 등 혼잡 구간엔 데이터 기반 광역버스 신설 여부를 검토한다. 연령대별 이동 특징을 반영해 고령층 의료시설 접근성, 청년층 생활편의시설 배치 등도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데이터 전체를 12월부터 서울 열린데이터광장(행정동 단위), 서울시 빅데이터캠퍼스(250m 격자 단위)에 전면 공개한다. 해외에서도 유례없는 수준의 오픈데이터 방식이다.
 
강옥현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교통카드로는 보이지 않던 도보·차량·환승 전후 이동까지 한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수도권 시민의 실제 이동 기반으로 정책을 정밀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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