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단 신천지는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신도들을 특정 당원으로 조직적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천지의 정치 개입은 생각보다 치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 주소지를 배포하며 해당 주소지를 이용해 위장 당원 가입할 신도들을 모집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장세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신천지 청년조직에서 중간 간부로 활동했던 A씨.
A씨는 지난 2023년 중순쯤, 신천지 고위층으로부터 주소지 목록을 전달받았습니다.
목록에는 경기도 과천시 소재 아파트와 일반주택 등 지번과 동, 호수까지 나와 있는 상세 주소가 팀별로 할당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A씨 / 신천지 간부출신 탈퇴자
"지역별로 할당이 내려왔었죠. 저희 지역은 200명 정도로 내려와서 200개가 훨씬 넘는 약 250개 정도 되는 과천 소재 주소지가 내려온 거죠."
A씨가 신천지 고위층으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은 신천지 신도들을 할당된 주소지로 특정 정당에 가입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22대 총선을 8개월 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A씨 / 신천지 간부출신 탈퇴자
"특정 인원들은 이 주소지로 가입을 시켜라. 그래서 그 인원들이 실제로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중요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가입할 때 그 사람의 이름과 그 주소지를 대조해서 맞는지 틀렸는지 그걸 확인하는 절차는 없기 때문에…"
A씨는 신천지가 과천에서 12개 지역으로 나눠 활동하는데 청년회 외에 부녀회, 장년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당원 가입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수백 명의 신도들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짓 주소지를 근거로 당원 가입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천지의 주소지 위장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파장 출신의 또 다른 탈퇴자 B씨는 신천지가 총회 본부 또는 일부 신도들이 소유한 주소지로 다른 신도들의 위장전입까지 지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전화인터뷰] B씨 / 신천지 간부출신 탈퇴자
"아파트를 얻어서 총회에 근무하는 여직원들 같은 경우는 같이 합숙 생활도 하고 이렇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주소지를 옮기기가 좋잖아요. 전입신고하기 쉬운 그런 우리 신천지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나 소유하고 있는 어떤 건물이나 그런 주택이나 이런 곳으로 주소지를 줘서 어떤 전입신고하기 편하게 도와준 거죠."
탈퇴자들은 신천지가 신도들의 집단 이주까지 종용하는 등 노골적으로 과천 지역 거점화 전략을 펼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전화인터뷰] B씨 / 신천지 간부출신 탈퇴자
"과천에 있는 신천지 성도들의 수를 늘리는 거죠. 그러면 그게 비단 굳이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주소지만 거기 돼 있으면 거기서 투표권이 생기는 거거든요."
[인터뷰] A씨 / 신천지 간부출신 탈퇴자
"또 한 가지는 공개적인 차원이었던 거죠. 과천으로 이주를 하는 것. 그래서 청년들에게는 실제로 과천에 있는 고시원이라든지 아니면 반지하 원룸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제 홍보가 많이 이루어졌었어요."
신천지는 그동안 과천을 '에덴동산', '새 가나안'이라고 표현하며 신천지 신도들이 점령해야 할 땅이라고 집단 교육해왔습니다.
[음성파일] "하나님의 나라 열두지파가 정복해야 할 곳은 영적 가나안 땅 과천입니다."
이단 신천지가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조직적 당원 가입을 넘어 위장 주소지를 이용한 정황까지 드러난 만큼, 신천지의 선거개입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해보입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