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참사 원인규명·처벌 본격화…독립위원회 구성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 화재 추모. 연합뉴스

홍콩 북부 고층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151명이 숨지는 최악의 화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홍콩 당국이 독립위원회를 꾸려 화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 책임자 처벌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2일 화재 관련 브리핑에서 "여러 단계에서 발생한 오류를 시스템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관이 주재하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화재 원인과 빠른 확산 원인 등 관련 문제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의 안전 문제 △담합 여부 △검사의 적절성 △책임자의 역할 △입찰 과정 △건물 소방 시스템 등을 조사 대상으로 꼽으며 "정부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하며 제안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자 처벌 역시 강조했다. 리 장관은 "끝까지 조사하고 진지하게 개혁해 슬픔과 분노를 개혁의 힘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관련된 모든 사람, 누구든 끝까지 책임을 묻고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화재 발생 다음날 아파트 보수 공사 업체 관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추가로 10명의 관련자들을 같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홍콩 경찰은 체포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홍콩 아파트 화재 현장. 연합뉴스

화재 원인과 관련해서는 보수공사를 위해 아파트 외벽 등에 설치한 대나무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와 스티로폼 판, 그물망 등 가연성 소재에 불이 빠르게 옮겨 붙으며 화마를 키운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비계에 쓰인 그물망을 샘플 조사한 결과 20개 가운데 7개가 방염 기준 미달로 확인됐다. 보수 공사 업체 측은 지난 7월 태풍 피해 이후 일부 그물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거의 반값 수준의 제품으로 교체한 사실도 드러났다.

홍콩 당국은 공사 관계자들이 방염 기능을 갖춘 그물망과 그렇지 않은 그물망을 교묘하게 섞어 썼으며 기준에 미달한 샘플은 당국에 발견되지 않도록 닿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콩 당국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51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는 79명이며, 실종자는 30여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국은 실종자 수색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리 장관은 "구조 작업을 멈추지 않고 어떤 가정도 포기하지 않으며 피해 가정의 재건을 지원할 것"이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선으로 사회의 정상 운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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