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일탈회계'를 앞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일탈회계 중단은 2025년 결산분부터 바로 적용된다.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은 지난 1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유배당 보험 계약 관련 배당금 지급 의무와 관련해 일탈회계를 지속할 수 있느냐'는 생명보험협회 질의에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삼성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사는 유배당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액에 대해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처리해 왔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직전인 2022년 말 금감원 판단에 따라 지금까지 허용된 회계 방식이었다. 이제는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금감원은 K-IFRS17이 계도 기간을 지나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일탈회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국내 생명보험사가 일탈회계를 계속 적용하는 경우 한국을 IFRS 전면 도입 국가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일부 의견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탈회계는 극히 엄격한 전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유배당보험계약 관련 배당금 지급 의무에 K-IFRS17을 적용하는 것이 재무제표 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하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는 앞으로 유배당보험계약을 다른 보험계약과 구분해 재무제표에 표시하고 주석으로 충실히 기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유배당 계약자 몫을 별도 '보험계약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가격이 오르면서 계약자지분조정 금액은 올해 6월 말 8조9천억원에서 9월 말 12조8천억원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매각 계획을 수립할 수 없어 이를 부채로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액 자본으로 처리할 경우 유배당 계약자 몫이 장부에서 사라진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주석으로 별도 공시하도록 해 문제를 차단했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가 회계정책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고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정보이용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교 표시되는 전기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일탈회계 처리를 문제 삼아 감리를 할 계획은 없다고도 했다. 금감원은 "과거에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심사·감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IFRS17 적용에 대한 상황 및 여건이 과거와 달라 다른 회계처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15.43%)이 15%를 초과해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란에 대해 "유의적 영향력을 명백하게 제시하는 경우에 한해 지분법 회계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유의적 영향력은 의사결정기구 및 정책결정과정 참여 등 모든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삼성생명 회계 처리에 비판적 모습을 보여왔는데, 일탈회계를 중단하며 관련 논란을 종결했다. 이 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정상적인 국제회계 기준대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