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걱정하지 마라"며 비상계엄이 유지될 것을 암시한 정황을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포착했다.
추 전 원대표는 이같은 통화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을 계엄해제 표결이 이뤄지는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예결위장으로 소집했고, 이후엔 국회 밖 당사로 소집 장소를 변경했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11분 한 전 총리가 추 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안심시키면서 '비상계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란 취지로 말한 정황을 확인했다.
특검은 이를 한 전 총리가 추 전 원내대표에게 계엄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신뢰를 심어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 전 원내대표에게도 주어진 임무, 즉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저지하도록 독려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안심하라'는 메시지는 3분 뒤 다시 전달된다. 이번에는 윤 전 대통령을 통해서다. 지난달 19일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추 전 원내대표에게 계엄이) 오래 안갈 것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하여튼 잘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본다. '계엄이 오래 안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성립할 수 없는 다른 윤 전 대통령의 직접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특검 조사와 한 전 총리의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한 전 총리에게 '내가 가야 하는 행사를 당분간 대신 가줘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특검 측이 다시 한 번 사실관계를 묻자,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진술 중 "걱정하지 마라"는 표현만 사실로 본다면, 전제로는 '계엄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니 국회에서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반면 추 전 원내대표 측은 한 전 총리와의 통화에 대해 "서로 앞으로의 정국 상황에 대한 걱정을 교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전화를 마친 후 의원총회 장소를 오히려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해 공지했다며 표결 방해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변경했다는 '국회'가 계엄 해제 표결이 이뤄지는 본회의장이 아닌 예결위장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위헌·위법한 계엄을 한시라도 빨리 해제하기 위해 곧장 본회의장으로 향하던 상황인데, 추 전 원내대표는 굳이 예결위장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국회가 봉쇄되고 군인들이 본회의장 앞까지 진입해오는 가운데 의원총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표결 지연 의도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전 원내대표 측은 "본회의 소집 전 의총을 통한 의사결정은 당연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추 전 원내대표는 4일 0시 3분엔 아예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했다. 2분 전(0시 1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모든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으로 집결하라는 문자를 발송한 직후였다. 0시 29분엔 우 의장이 '1시간 뒤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의원들에게 표결 참여를 독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국회 경내로 다시 의총 장소를 옮기지 않았다.
본회의는 오전 0시 47분 개의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절반가량인 50명 이상은 당사에 있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추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 지도부 등 여러 명은 국회 경내에 있었음에도 끝내 계엄 해제 표결을 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되는 추 전 원내대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같은 정황을 토대로,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지속하기 위한 중요임무에 종사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