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MVP는 박진섭입니다."
전북 현대의 2024년은 악몽이었다. K리그1 10위에 그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했다. 하지만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과 함께 달라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사령탑 부임과 함께 4년 만에 다시 K리그1 정상을 탈환했다.
포옛 감독은 1일 스위스 그랜드 힐튼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 FC안양 유병훈 감독을 따돌리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역대 4번째 외국인 감독의 감독상 수상이다.
포옛 감독은 "여러 이유로 의미가 깊은 상이다. 시상식장에서도 말했는데 첫 시즌 감독상을 받아 영광스럽다"면서 "전북에서 6명이 베스트 11에 들어 시상식의 의미가 더 커졌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기에 내가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은 다소 주춤했다. 특히 3월 안양과 6라운드에서는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선택하며 힘겹게 승리를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26라운드까지 패하지 않으면서 선두를 질주했다. 특히 5월 울산 HD와 현대가 더비에서 3-1 승리를 거둔 것도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전주월드컵경기장은 3만2560석(판매 가능)이 꽉 찼다. 창단 첫 매진 사례였다.
포옛 감독도 "두 가지 순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안양전에서 큰 결단을 내리면서 5명 변화를 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또 다른 경기는 5월 울산과 홈 경기다. 더비였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꼭 이기려고 준비했는데 막판 2골을 넣어서 이겼다. 결과도, 경기장 분위기도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설명했다.
전북은 포옛 감독의 감독상 수상을 비롯해 베스트 11에 6명이 포진했다. 하지만 MVP를 이동경(울산)에게 내준 것은 아쉬운 장면이었다.
포옛 감독은 "MVP는 공격수가 표를 받기 유리하다. 골도, 어시스트도 많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박진섭을 후보로 선택한 것은 꾸준함,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나에게 시즌 MVP는 박진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영빈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말 경기 이해도가 높은 선수다. 그리고 풀백 김태환, 김태현 모두 국제적 수준의 선수"라면서 "아시다시피 시상식이 9~10월에 열렸다면 전진우가 MVP를 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선수들을 챙겼다.
전진우는 16골 득점 2위에 올랐다. 시즌 내내 득점 선두를 달렸지만, 9월 이후 9경기에서 2골에 그치면서 싸박(수원FC)에게 1골 차로 밀렸다.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포옛 감독은 "최종전 막판 전진우가 투입된 후 동료들이 밀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훈훈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팀 분위기"라면서 "베스트 11은 우리가 쓰는 4-3-3 포메이션이 아닌 4-2-2에 맞춰 후보를 정해야 했다. 내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전진우를 포워드로 선택했는데, 그 선택 때문에 베스트 11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4-3-3 기준이라면 충분히 받을 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