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과 11월, 중국산 훈제 오리고기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유전자가 연이어 검출되면서 소비자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달 14일 중국산 수입 오리고기 21.8톤에서 AI 유전자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불과 3개월 전 같은 지역에서 검출된 데 이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제품은 이전에 수입 중단 조치를 받은 작업장과 인접한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것으로 드러나, 중국 현지 방역 체계가 사실상 무너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검역 당국은 '1개월 정밀검사'라는 임시 조치에 그쳤다. 한국오리협회가 전수검사 상시화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부분검사로 안전 담보할 수 있나?
이번 검출은 전수검사가 아닌 부분검사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검사받지 않은 나머지 제품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미 국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른 중국산 오리고기가 과연 안전한지, 정부의 "안전하다"라는 설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검출된 것은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닌 유전자"라며 감염 위험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AI가 발생하면 즉시 전량 살처분하는 방역 원칙과 비교할 때, 중국산에만 '유전자 검출은 괜찮다'는 논리는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다.
◇ 원산지 표시, 소비자는 '무방비'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산 오리고기 제품의 75%가 포장 뒷면에만 원산지를 표기하고 있어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다. 온라인 쇼핑몰의 75.5%는 상품명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았고, 배달앱에서도 다수 업소가 메뉴판에 원산지를 빠뜨리거나 작은 글씨로 표기해 소비자가 인지하기 힘든 구조였다. 일부 업소는 원산지를 고의로 숨기거나 허위 표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결국 소비자들은 국산 오리고기를 먹는다고 믿고 주문하지만, 실제로는 AI 유전자가 검출된 중국산 제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 중국산 오리고기 "전수검사·수입 중단" 강력 촉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김연화 회장은 "지속적으로 AI 유전자가 검출되는 상황에서 단 1개월 정밀검사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라며 "전수검사를 상시 체제로 전환하고,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중국산 열처리 오리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전수검사 상시화 ▲안전성 확보 전 수입 중단 ▲수입 위생 조건 원칙 적용 ▲원산지 표시제 강화 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외식 업소와 배달앱 이용 시 반드시 원산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 국민 건강이 최우선
이번 사태는 단순히 '유전자 검출' 문제를 넘어, 우리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 국가 방역 시스템의 신뢰와 직결된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중국산 오리고기 수입·유통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시하며, 원산지 표시 실태 점검과 위반 업소에 대한 강력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