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미국과 일본이 기준금리를 움직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멈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변수는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로 코스피를 떠난 외국인의 복귀 여부가 될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469.9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5일 145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한 달째 1400원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투자 확대로 인한 달러 유출을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해외 투자 확대는 환율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 '저성장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인 대미투자를 비롯해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는 국내 소비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에 투자할 곳이 없는 저성장 구조를 만들어 다시 해외투자 확대가 불가피해진다는 설명이다.
DB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한국은 수십 년간 외환보유고를 쌓으면서 원화 약세를 유도했고 수출 중심 경제를 만들었다"면서 "이는 수출품 생산을 위한 국내 투자를 촉진했고 그 과정에서 가계의 부가 동반 증가했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이어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자국 내에 투자할 때만 국민경제의 성장이 이뤄진다는 점"이라며 "한미 협상 때문이든 국내 투자 여건 악화 때문이든 기업은 수년 전부터 국내 투자를 줄이고 미국으로 이동했으며 지금은 트럼프가 명분까지 만들어줘서 앞으로 산업 공동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국내 소비가 약화한 결과 투자할 곳을 잃은 저축이 불가피하게 해외투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해외투자 증가는 저성장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이달 약세(환율 상승)가 진정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결정이 이유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오는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금리인하 예상치는 87.4%에 달한다.
9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4.44%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 악화가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이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행은 오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일본 정부가 발표한 21조 3천억엔(약 200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확대한 탓이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지난달 18일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와 회담 후 입장을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일본은행 정책 위원 가운데 9월과 10월 금리 인상을 주장한 2명에 더해 최근 2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온다는 발언을 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금리 인상에 정치적 반대를 하지 않는다는 동조를 암묵적으로 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이어 "이는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의도와 함께 급격한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두 가지 요인은 원화 약세를 진정시킬 요인이기도 하다"면서 "10~11월 원화 약세는 한편으로 12월 연준 인하에 대한 의구심(달러화 반등)과 다카이치 트레이드(엔 약세)의 부산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수는 외국인의 코스피 매도세다. 외국인은 지난달 역대 월간 최대 규모인 14조 5천억원을 코스피에서 순매도했다. 이는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와 함께 달려 수요 증가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11월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이 12월에도 매도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매수세로 돌아설지가 중요 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