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점가 휩쓴 한강 '소년이 온다' 올해의 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예스24 양대서점 연간 1위 동시에 석권
탄핵·조기대선 정국속 정치사회·AI·투자서 판매 급증

한강 작가와 대표작 '소년이 온다'. 창비·연합뉴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2025년 교보문고와 예스24가 집계한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모두 차지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2년째 이어지는 '한강 효과'가 한국문학 전성기로 확장되며 서점가 판도를 바꿔 놓은 한 해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양귀자 '모순'을 제치고 2년 연속 연간 1위 자리를 지켰다. 1987-88년 서정윤 '홀로서기', 1989-90년 김우중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2007-08년 론다 번 '시크릿', 2012-13년 혜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이어 다섯 번째 '2년 연속 1위' 기록이다. 올해 종합 10위 안에는 '소년이 온다'와 함께 한강의 '채식주의자'(9위)도 이름을 올렸다.

예스24 연간 집계에서도 '소년이 온다'는 종합 1위에 올랐다. 종합 10위 안에 성해나 단편집 '혼모노'(3위), 양귀자 '모순'(7위)이 함께 진입하면서 한국소설 3권이 나란히 10위권을 차지했다. 예스24는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촉발된 한강 열풍이 '한국문학' 전반의 인기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양대 서점의 순위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 '한국문학의 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교보문고 종합 10위 가운데 절반인 5권이 소설이었고, 이 중 다수가 한국 작가 작품이었다. 한강 3권('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에 더해 양귀자 '모순', 정대건 '급류', 성해나 '혼모노' 등이 상위권을 채웠다. 종합 100위 안에 든 소설 종수도 처음으로 30종을 넘어섰다.  

정치·사회 분야 도서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교보문고 집계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전에 펴낸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종합 3위에 올랐다. 예스24 종합 순위에서도 4위를 기록했으며, eBook 부문에서는 1위에 오르며 디지털 독서 시장까지 장악했다.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등 격동하는 국내 정치 상황 속에 정치·사회 분야 판매는 교보문고 기준 전년 대비 19.1% 증가했고, 예스24에서도 사회정치서 전체 판매량이 11.1%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헌법·민주주의' 책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예스24에서는 헌법 관련 도서 판매가 전년 대비 6배 이상 늘었고,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같은 민주주의 관련서도 사회정치 분야 상위권에 올랐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과 국제 정세를 반영하듯 지정학 도서 판매도 함께 늘었다.  


시대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AI'였다.

교보문고 기준 'AI' 관련 키워드를 제목·부제에 포함한 도서는 1057종에서 2040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판매량도 전년 대비 68.5% 성장했다. 예스24에서도 'AI·인공지능' 도서 판매가 40% 넘게 증가했다. 이선 몰릭의 '듀얼 브레인'은 양대 서점에서 모두 AI 분야 대표 베스트셀러로 꼽혔고, 유발 하라리 '넥서스', 레이 커즈와일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등 AI 시대를 해석하는 인문·과학서들이 뒤를 이었다.

불안한 경제 상황과 증시 회복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재테크 서적도 강세를 보였다.

교보문고에서 경제경영 분야 전체는 역성장이었지만, 하반기 들어 주식·ETF·환율·미국 투자 관련 도서 판매가 반등하면서 11월 주식 도서 신장률은 99.3%에 달했다. 예스24에서도 ETF와 코인·암호화폐 투자서 판매가 각각 100% 안팎, 50% 가까이 증가했다.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ETF 투자의 모든 것' 등 실전 투자서가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독자층의 변화도 눈에 띈다.

교보문고는 20대가 주도하는 이른바 '텍스트힙' 트렌드를 올해 키워드로 꼽았다. 종합 10위권 구매 비중에서 20대 비율은 21.6%로 3년 연속 상승했고, 시와 만화 분야에서 20대의 존재감이 특히 뚜렷했다. 예스24 역시 eBook 구독 서비스 '크레마클럽'에서 20대 이용자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고, 만화·수험서·어린이·잡지 등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서점가를 관통한 기조는 '한국문학이 앞에서 끌고, 정치·AI·투자가 뒤에서 밀었다'로 요약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불러온 문학적 에너지가 젊은 작가·독자를 매개로 이어지고, 격변의 정치·경제 환경과 기술 혁신이 정치사회서·AI 활용서·투자서를 통해 독서 시장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한 셈이다. 양대 서점의 1위 자리를 동시에 차지한 '소년이 온다'는 2025년 한국 서점가를 상징하는 한 권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 교보문고 2025년 연간 베스트셀러
1. 소년이 온다(한강/창비)
2. 모순(양귀자/쓰다)
3. 결국 국민이 합니다(이재명/오마이북)
4. 혼모노(성해나/창비)
5. 급류(정대건/민음사)
6. 초역 부처의 말(코이케 류노스케/포레스트북스)
7. 청춘의 독서(유시민/웅진지식하우스)
8.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태수/페이지2북스)
9. 채식주의자(한강/창비)
10. 단 한 번의 삶(김영하/복복서가)
▶ 예스24 2025 연간 베스트셀러
1. 소년이 온다(한강/창비)
2. 청춘의 독서(유시민/웅진지식하우스)
3. 혼모노(성해나/창비)
4. 결국 국민이 합니다(이재명/오마이북)
5.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태수/페이지2북스)
6. 초역 부처의 말(코이케 류노스케/포레스트북스)
7. 모순(양귀자/쓰다)
8. 단 한 번의 삶(김영하/복복서가)
9. 2025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1,2,3급) 상(최태성/이투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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