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들과 집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혼자 쉼터에 갈 수 있겠어요…."
가정폭력 피해자 A씨(44)는 중학생 아들과 함께 집에서 나왔지만 그녀가 마주한 건 또 다른 절벽이었습니다. 도와주겠다던 쉼터(보호시설)에서 아들과 함께 동반 입소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씨의 절규는 현재 가정폭력 지원 시스템이 가진 '헛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결국 A씨는 아들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차라리 내가 맞으면 아이는 잘 수 있다"며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 남편이 있는 '지옥'으로 스스로를 내던져야 했던 거죠.
가정폭력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쉼터는 여성 전용 공동생활 시설입니다. 만 10세가 넘는 남아(男兒)는 엄마와 함께 입소할 수 없습니다.
공간도 문제입니다.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비좁은 단체 생활, 휴대전화 사용 제한 같은 엄격한 통제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실제로 경기도 내 보호시설의 경우 정원 문제나 동반 자녀 수용 불가로 입소가 불발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22년 가정폭력피해자 지원시설 운영 실적'을 보면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2017년 31만7936건에서 2021년 42만8911건으로 35%가량 늘었지만, 가정폭력 쉼터 입소 인원은 같은 기간 2055명에서 1010명으로 51%가량 줄었습니다. 결국 시스템의 공백으로 피해자를 다시 폭력의 공간으로 내몰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절박한 현실 속에서 경기도의회는 의미 있는 해법을 내놨습니다. 경기도의회 이경혜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4)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번 조례안은 '보호시설의 설치와 운영 기준'을 구체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보호시설 종류 세분화 △피해자뿐만 아니라 동반 가족(자녀)의 보호를 위한 구체적 운영 기준 마련 △보호시설 종사자의 처우 개선 및 전문성 강화 등을 내용이 담겼습니다. 핵심은 '가족 동반 입소의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이경혜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집을 나왔을 때 사회가 가장 먼저 해줘야 할 일은 안전한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라며 "단순히 몸만 피하는 곳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심리적 안정을 찾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정폭력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그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경혜 의원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