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희, 'This is the moment_001',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mixed media on canvas, 117 × 91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 전시장 안이 금색과 은색으로 가득차 찬란하다.
가까이서 보니 수많은 조각이 캔버스를 꽉 채우고 있다.
때로는 소용돌이처럼, 때로는 불처럼, 파도처럼, 빛처럼 갖가지 이미지로 나타난다.
장인희, 'Infi nity_2509',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mixed media on canvas, 130 × 194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 한 발 다가서면 거울처럼 반짝이는 PET 필름 조각의 금빛, 은빛 표면에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작품에는 일그러진 '나'가, 다른 작품에는 똑같은 '나'의 모습이 수십개 비춰진다.
장인희, 'What do you C_001',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mixed media on canvas, 76.3 × 50.5 cm (2025). 곽인숙 기자 장인희, 'What do you C_001',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mixed media on canvas, 76.3 × 50.5 cm (2025).를 확대한 모습. 조각마다 관람자의 모습이 각각 나타난다. 곽인숙 기자 "삶이라는 게, 거울도 마찬가지인 게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적나라한 현실이 나타나잖아요. 그래서 그 반짝이는 표면 속에 실제로 가서 보면 내 얼굴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고, 보기 싫을 수도 있고,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이 가진 그게 미학일 수도 있고, 슬픔일 수도 있고, 혹은 삶의 지리함이 될 수도 있고, 모든 게 다 녹아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렇게 막 반짝이지만은 않아요. "장인희 작가의 개인전 'Serenity in Splendor'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12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 반짝이는 조형 속에서 시간의 결을 그려내는 장인희 작가의 개인전 'Serenity in Splendor'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12일까지 열린다.
장인희는 수년동안 해체와 재조합, 빛과 반사를 매개로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하며 자신의 독자적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서로 흩어지고 다시 모여드는 금빛 조각들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인다.
장인희, 'Circulation 001', Hand-cut mirror PET film on panel, 80.5 × 60.5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 작품마다 가득한 수백, 수천 개의 PET 필름 조각은 작가가 손수 오린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작가는 '가위질'로 표현한다.
유학 시절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흔적 남기기'로 택한 방식이 바로 '가위질'이었다.
자유롭게 시작된 가위질은 점점 작아지는 조각들을 더 이상 잘라 낼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된다.
즉흥적이고 우연한 가위질로 탄생한 조각은 단 한 조각도 똑같은 모양이 없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조각은 독창적이다.
장인희, 'The hole 2511',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mixed media on canvas, Dia 85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 조각은 '사람'의 형상이다. 변형이 되긴 하지만 머리, 팔, 다리가 다 갖춰져 있다.
각각의 조각들은 중첩된 시간의 집적이자, 끊임없이 갱신되는 관계의 흔적이다.
오랜 세월의 가위질로 작가의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곳곳에 배겨있었다.
PET 필름 조각들은 다시 퍼즐처럼 조합해 구상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울과 조각 사이의 틈은 어떤 관계를 구현한다.
장인희, 'Measuring the moment', Mixed media, variable size(2025). 곽인숙 기자 "무슨 기억을 떠올릴 때 이렇게 확 타오르는 것도 있고 저렇게 막 소용돌이 치면서 여러 가지 기억이 나오기도 하고, 타오르거나 혹은 서서히 떠오르거나 그런 어떤 기억들, 어떤 추억들 그런 현상들이에요. 제가 그때 상처받았던 기억은, 그러니까 막 머리를 치듯이 떠오르기도 하고 물에 잠기듯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이번 전시에서 장인희는 빛과 반사,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복합적 시간성이 어떻게 시각적 형태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화려한 표면 아래에서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며, 관람자가 머무는 순간마다 새로운 장면을 생성한다.
멀리서 보면 보인다.가까이서 보면 뚜렷한 형태를 알 수 없는 추상이지만 조금만 멀리서 보니 모습이 드러난다.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악당 마법사 가가멜의 코, 톰과 제리의 고양이 '톰'의 발톱. 백설공주의 머리위 빨간 리본.
장인희, 'A Memory_Betty',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acrylic on canvas, 45 × 50 cm(2025). 곽인숙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가가멜, 톰, 바니, 베티붑, 백설공주, 미키마우스 등 캐릭터를 형상화한 작품을 새로 선보였다.
과연 빌런이 진짜 빌런이고 주인공은 진짜 선할까 나는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이 순간'의 맥락에서 기획했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복', '꽃' 등 한 글자가 가진 한글의 조형성과 에너지를 나타낸 작품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장인희, '복 001',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mixed media on canvas, 30 × 30 cm(2025)과 '꽃 001', Hand-cut mirror PET fi lm and mixed media on canvas, 30 × 30 cm(2025). 곽인숙 기자 장인희는 미국 명문인 시카고예술대학 SAIC(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BFA(Bachelor of Fine Arts)를 취득하고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박사를 졸업했다. 다양한 예술공간에서 활발한 전시활동을 하며, 시간의 존재론적 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2018년에는 LG생활건강과 협업해 '숨37° 장인희 홀리데이 에디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LG생활건강과 협업해 '숨37° 장인희 홀리데이 에디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제공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잘 안 나와서 이 빛이 나오지 않아 가지고 그게 저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그때 노을이였나 저녁 무렵이었나 전시장에 보라색이 확 보이더라고요. 조명에 따라서 진짜 멋있어요. 전시장에 직접 와서 보셔야 합니다."반짝이는 조형 속에서 시간의 결을 그려내는 장인희 작가의 개인전 'Serenity in Splendor'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12일까지 열린다.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