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병 사건 '핵심' 임기훈, 전역 6일전 '정직 1개월'

임기훈(예비역 육군중장) 전 국방대학교 총장. 연합뉴스

채 해병 순직 사건 은폐·외압의 핵심 인물인 임기훈(예비역 육군중장) 전 국방대학교 총장이 전역 직전 사실상 형식적 징계를 받음으로써 불명예 강제 전역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임 전 총장은 지난 10월 31일 채 해병 사건과 관련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공정의무위반) 등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11월 6일 전역을 불과 엿새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전역 이튿날 중앙징계위원회에 항고했다.  
 
정직은 중징계(파면·해임·강등·정직)에 속하긴 하지만 전역이 임박한 상황에선 실효성이 거의 없다. 정직은 군적 박탈 및 강제 전역과 공직 재취업 불가(3~5년), 군인연금 삭감이 따르는 파면·해임과 달리 전역 후 뚜렷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정직 기간에만 직무가 정지되고 보수의 2/3가 감액되며 추후 진급이 제한되는 수준에 그친다. 임기제 진급으로 중장을 달고 전역 날짜를 받아둔 임 전 총장에겐 효력이 미미한 것이다. 
 
그 한 단계 위인 강등도 강제 전역이나 취업 제한, 연금 손실은 없지만, 말 그대로 계급이 낮아지는 치명적 불명예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정직과는 차이가 있다. 강등은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예비역 준장) 육군 전 법무실장이 받은 처분이다.
 
따라서 임 전 총장의 정직 1개월 처분에 대해 "국방부가 형식적 징계로 도주를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기훈 전 국방대학교 총장이 지난 8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는 2023년 8월 채 해병 사건 은폐·외압 의혹이 불거질 때부터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지난 9월 10일 국방부에 의해 직무정지됐으며 이를 전후로 해병 특검의 조사를 수차례 받았다.
 
국방부로선 임 전 총장의 전역 예정일(11월 6일)을 앞두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간을 끌다 막판에 하나 마나 한 징계를 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같은 채 해병 사건과 관련된 박정훈 대령의 징계 일정과 결과가 속속 공개되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방부는 앞서 김상환 육군 전 법무실장에 대한 '솜방망이'(근신) 징계가 국무총리의 제지를 받고 다시 징계하는 난맥상을 보인 바 있다. 내란 특검과 해병 특검에 속한 사건은 각각 다르지만 그 엄중함을 반영한 문책 수위를 놓고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해병 특검이 임 전 총장에게 기소유예라는 또 다른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도 거듭 비판대에 서게 됐다. 국방부는 특검과 달리 어찌 됐든 중징계를 했다는 점에서 정부 내 엇박자를 낸 것이다.
 
그는 2023년 7월 31일 채 해병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첫 보고자로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를 현장 목격했고, 이후 국회 허위보고와 군사경찰 감축안 작성 지시 등 사건 전반에 깊이 개입했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그는 석 달 뒤인 2023년 11월 중장으로 진급하며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서 국방대 총장으로 영전했고, 채 해병 사건의 온갖 후폭풍 속에서도 2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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