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성>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된 만큼 정보 접근의 격차는 생활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디지털 격차가 곧 삶의 질의 하락으로 이어지는데요. 오늘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서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장애인은 물론 어르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보 접근권 제도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장애인종합복지관 연하현 사회복지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연하현>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특별자치도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연하현입니다. 현재 기획연구팀에서 복지관 전체 홍보와 장애인 정보 접근권 향상을 위한 쉬운 정보 제작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진성> 복지관 홍보까지 맡으신다는 건 일반 기업으로 보면 홍보팀 역할도 하시는 거네요. 그리고 '쉬운 정보'를 제작한다고 소개해 주셨는데, 그 말 그대로 정보를 좀 더 쉽게 만든다는 의미인가요?
◆연하현> 네, 맞습니다. 예를 들면 일상 속 어려운 표현을 쉬운 말로 바꿔서 장애인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드는 작업이에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같은 표현을 직접적으로 '김장을 도와준다'처럼 직접적으로 바꿔 전달하는 식입니다.
◇최진성> 저희 아나운서들도 한자어나 어려운 표현을 순화하는 작업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동질감이 느껴지는데요. 오늘 맡고 계신 업무를 소개해 주셨는데, 정보 접근권 이야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라 준비했습니다. 흔히 장애인의 날은 4월 20일로 알고 있는데, 물론 장애인의 날에만 장애인 권리에 관심 가져야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11월 11일이 지체장애인의 날이더군요.
◆연하현> 맞습니다. 많은 분이 잘 모르시는 경우도 있는데, 특정 시기뿐 아니라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최진성>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장애인의 이동권은 익숙한데 정보 접근권은 조금 생소합니다. 어떤 권리인지 먼저 설명해 주시죠.
◆연하현> 말 그대로 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신문 기사나 학습 정보뿐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앱, 키오스크 같은 전자 정보, 사람 간의 대화, 영상과 음성 등 모든 의사소통 수단이 '정보'에 해당합니다. 장애인 정보 접근권은 이런 다양한 정보에 장애 특성, 신체적·인지적·감각적 어려움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하는 건물의 접근부터, 정보를 읽고 듣고 이해하는 전 과정이 포함됩니다.
◇최진성>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장애인의 기본 권리로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중요한지 조금 더 들어보고 싶네요.
◆연하현> 우리는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죠. 지금의 시대에서 정보는 삶 전반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기본적인 인권과 사회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 접근권이 보장돼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고, 자기결정권도 실현됩니다. 저는 정보 접근권이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장애인의 생존과 자립,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최진성> 비장애인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오늘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겠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나 법률은 어떤 상황인가요?
◆연하현> 생각보다 많은 법률에서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일상생활과 관련된 여러 법률에서도 장애인 차별 금지와 정보 접근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어요. 키오스크·모바일 앱·웹사이트 접근성 평가 및 인증 제도, 공공기관 행사 시 수어·문자 통역 제공, 교육기관에서 학습 자료를 점자로 제공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조항입니다.
◇최진성> 이 정도면 제도가 꽤 갖춰져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연하현> 하지만 '명시'되어 있을 뿐 실제 시행과 관리·감독이 미비한 경우가 많아요. 장애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진성> 실제 예를 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하현> 대표적으로 올해 6월 선거 때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안내물이 있었지만, 공보물 속 QR코드를 찾아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그 과정을 스스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애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례죠. 법은 있지만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제대로 모르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최진성> 듣고 보니 비장애인에게는 편리한 방식도 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벽이 될 수 있겠네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키오스크 등에서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도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연하현> 웹사이트는 외래어, 복잡한 버튼, 광고 등이 많아 인지적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 어떤 메뉴로 들어가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모바일 앱도 메뉴가 지나치게 많거나 작아서 손 떨림이나 움직임이 어려운 장애인이 원하는 메뉴를 누르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그리고 요즘 많이 쓰는 키오스크의 경우 메뉴가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않아 글이나 절차를 이해하기 어려워 주문을 포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장애인은 높이나 버튼 위치 때문에 이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요.
◇최진성> 말씀 듣다 보니 장애인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큰 공감이 되는 부분들인 것 같습니다.
◆ 연하현> 그래서 이렇게 편의를 위해 개발되는 수많은 매체들과 변경되고 달라지는 방법들이, 누군가에게는 넘기 힘든 산으로 다가오는 때가 많은 것 같아요.
◇ 최진성> 최근에도 그런 불편함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연하현> 네, 얼마 전에 정부에서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발행했잖아요. 편의를 위해 다양한 발행 방법을 적용했는데, 그 안내 문자 자체가 굉장히 길었어요. 지급 금액, 신청 기간, 신청 방법, 사용 방법 등 최대한 정보를 담았지만 한자어도 많고 요약된 표현도 많아서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정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의 연락이 많이 왔고 결국 대부분은 온라인 신청을 하지 못하고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가서 실물 카드를 받았어요. 이런 일이 요즘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 최진성> 실제 예를 직접 들으니 더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들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 연하현> 접근권 보장은 선택적 편의 제공이 아니라 평등한 사회 참여를 위한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정책 안에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명확한 관리·감독, 시행 방법이 포함돼야 하고요. 매체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적용되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운영 중인 시스템에는 보조적 장치라도 마련되어야 합니다.변화는 꼭 필요하지만 실행 가능하려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모두가 반감 없이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합니다.
◇ 최진성> 구체적으로는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 연하현> 최근에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던 것 아시나요? 작은 가게까지 의무화되다 보니 기존 기기를 바꿔야 하는 부담이 컸어요. 이런 경우 정부 정책이라면 지원금을 확보한다든지, 기존 기기는 연한을 두고 시스템만 바꾸거나, 벨을 설치하는 등 보조 장치를 허용했으면 갈등이 줄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최진성> 사실 이런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니죠.
◆ 연하현> 네. 복잡한 웹사이트나 앱 사용은 많은 분들이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니까요. 제가 담당하는 사업 중 '쉬운 정보' 제작도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보 약자 전체를 위한 것입니다. 외국인, 어르신, 어린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우리도 법전이나 계약서 볼 때 어렵잖아요. 새 앱이나 신청 방식이 바뀔 때도 힘들고요. 누구나 쉬운 정보가 필요한 순간은 있습니다.
◇ 최진성> 복지관에서는 관련해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요?
◆ 연하현> 2022년부터 춘천시 지원을 받아 발달장애인 정보 접근권 향상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말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보완 대체 의사소통(AAC)에 집중했어요. 도서관, 경찰서, 행정복지센터에 의사소통판을 비치했고, 설악산 관광센터에서도 요청해 제작해 드렸습니다.이후 AAC가 개인적 특성이 강해 보편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에 '쉬운 정보' 제작 사업으로 확장했습니다.
작년에는 춘천시 관련 책자 3종을 제작했고, 올해는 자립 청년 장애인을 위해서 장애수당 신청법, 일자리 신청법 등을 쉬운 자료로 변환하고 있습니다.
◇ 최진성> 앞으로 어떤 미래를 기대하시나요?
◆ 연하현> '당연한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방법으로 소통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회요. 내년부터는 민간 영역으로 확대해 전자제품 설명서나 화장품 사용법까지 쉬운 정보로 만들 계획입니다. 사회복지 종사자 대상 워크숍도 추진하고, 지역 주민 교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보 접근권과 쉬운 정보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많은 이들이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미래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 최진성> 너무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 연하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