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파출소·지구대 경찰관들이 올해 처음으로 복지포인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들은 지역 치안과 생활민원 대응 등 지방사무 성격의 업무가 상당했음에도 '국가 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 분류된 탓에 지자체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포인트를 받지 못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6월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 올해는 6개월치에 해당하는 12만 5천원이, 내년부터는 연 25만원의 복지포인트가 지급되도록 조치했다.
경찰관들이 실제와는 다른 업무 분류 체계에 따라 복지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사실을 파악하고 시정을 주도한 건 서울특별시의회 첫 여성 의장이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첫 여성 회장인 최호정 의장이다. "지방사무 비중이 높다면 지방정부도 복지포인트를 지급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회의 판단을 이끌었다고 한다.
CBS 경제연구실 <개척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최 의장은 이같은 결정이 서울시 의원으로서, 또 의장으로서의 원칙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실제 상황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는 제도를 입안한다는 원칙이다. 최 의장은 "의장이 된 뒤에도 내가 활동하는 곳은 현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현장에 자주 나간다"고 말했다. 정치가 바꾸는 것은 '삶의 작은 틈'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고, 현장과 접촉면을 넓히는 길밖에 없다는 것은 지론을 실천하기 위한 그의 방법론이다.
서울시의회는 공영주차장 관련 조례를 개정해 택시기사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약 30분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택시기사들이 사용하는 앱 '택시 투데이'와 연계해 주변 개방 화장실 위치를 보여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현장에서, 작은 목소리와 요구에 효능감을 주는 제도들은 그렇게 하나씩 늘어갔다.
최 의장은 돌봄과 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정 역시 중요한 의정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서울의 절반 가까운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경험한다"며, 가사·돌봄 노동을 공식 경력으로 인정하는 '경력보유시민 인증제도'(가사경력인증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제도는 육아·가사·돌봄으로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된 시민에게 활동 이력을 공식 인증해 취업·재취업 과정에서 '경력 공백'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자신의 19년 주부 경험을 얘기하며 "가사를 해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대해 '소통 전무, 자유 제한, 거래 절벽, 월세 고통, 희망 박탈, 공급 부족, 우왕좌왕, 공감 상실'이라는 여덟 가지 키워드로 진단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불편함을 많이 얘기해 주신다"고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부동산과 관련해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서울시의 경우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게 최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재건축·재개발을 빨리 진행해달라'는 요구"라며 최 의장 소속이기도 한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이 "2031년까지 31만 호 공급을 약속했으니 실제 공급이 늘면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선 시의원으로 15년에 달하는 지방정치 경험을 가진 최 의장은 임기 종료까지 6개월이 남았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동료 시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끝까지 챙기고, 지방의회 권한 강화를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