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에 민주진영 인사들 비판 목소리

28일(현지시간)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난 불이 완전히 꺼지고 그을음이 남은 모습. 타다 만 안전그물과 대나무 비계가 건물에 붙어있다. 연합뉴스

홍콩 북부 고층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가 발생하면서 중국의 일국양제 체제 하에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당국을 향한 민주진영 인사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일제히 이번 참사와 관련해 중국의 일국양제 체제를 비판하는 민주진영 인사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에밀리 라우 전 홍콩 민주당 주석(대표)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참사의 규모가 정부 감독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 일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홍콩은 이런 곳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위법행위와 관련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영국에 거주하는 전 홍콩 구의원 마이클 모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친민주 세력과 시민사회가 사실상 소멸한 이후 효과적으로 경고음을 내 줄 반대 세력이 없다"며 "2019년 이전에는 완벽하지는 않더라고 당국에 대한 견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장치들이 사라졌고 정부를 더 효율적이고 책임 있게 만들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양제' 보다는 '일국'에 방점이 찍히면서 홍콩의 중국화와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14년과 2019년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거치면서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보다 강화됐다. 홍콩국가보안법 새행과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해 사실상의 중국 직할체제가 가속화되면서 홍콩 민주화진영과 시민사회세력은 사실상 설자리를 잃었다.

연합뉴스

가디언은 "70여 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화재가 베이징의 홍콩 통치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홍콩 주민들 사이에서는 화재 원인과 관련해 분노가 커지고 있으며, 특히 치솟는 집값으로 재난에 취약한 밀집된 고층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홍콩의 주거 불안감을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변화해 온 중국의 홍콩 장악력에 대한 주요 시험대"라면서 "대중의 분노가 건설사를 넘어 소방안전·건축물 규제 당국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악의 화재 참사로 민심 이반을 우려한 중국 당국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눙룽 중국 공산당 중앙홍콩마카오 공작판공실(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이 홍콩에 급파돼 저우지 주홍콩 연락판공실 주임과 함께 사고 현장을 챙기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홍콩 당국이 전력을 다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수색, 부상자 치료, 사후 수습 등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각 피해가정에 1만 홍콩달러(약 188만 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3억 홍콩달러(약 567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설립한 재단은 6천만 홍콩달러(약 113억원)를 이번 참사 피해 주민과 소방관 지원을 위해 내놨다. 또, 중국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그룹도 3천만 홍콩달러(56억원) 상당의 현금과 장비를 기부하기로 하는 등 본토의 민간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의 사연을 전하며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중국 본토에서 화재 희생자와 피해 주민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홍콩과 중국 당국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화재 원인 규명 수사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사고 바로 다음날 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아파트 보수 공사 업체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파트 관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또, 홍콩 부패방지위원회(ICAC)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당 아파트 보수 공사에 연루된 잠재적 부패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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