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크부대 '구식 장비' 교체 예산 준대도 거절한 軍

지난 19일(현지시간)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나 격려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 중 현지 장병의 '구식 장비 개선' 건의에 "추가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군 당국이 "이미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거절한 사실이 확인됐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민주당 국방·정보위 이상협 전문위원은 최근 합참에 '아크부대 장비 개선을 위해 추가 예산을 반영해볼테니, 보강할 장비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런데 합참은 이 질문에 대해 "육군본부에서 (개선) 조치를 하고 있는 사항으로, 계획이 되어 있어 추가적인 예산 증액은 불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합참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필요한 것이 없다는 게 아니라 개선 조치를 하고 있어서 추가 예산 증액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합참 공보실은 "아크부대 무기체계 개선을 위해 육군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고, 국회의 질의나 제출 요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해군 특수전전단(UDT/SEAL)·공군 공정통제사(CCT) 등 각군 최정예 병력으로 구성된 아크부대는 첨단 개인 전투장비 '워리어 플랫폼'을 우선 지급받는 등 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군 당국의 반응은 워리어 플랫폼 사업을 비롯해, 전반적인 개인전투장비 개선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장 육군 특전사부터가 40년 전부터 쓰이던 K1A 기관단총을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는 등 현실의 제약이 만만찮다는 한계가 있다. 1만 5천여정에 달하는 특전사 전체의 총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 사업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 시험평가가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보급되는 전투복·방탄복·광학장비 등의 내구성·편의성이 다른 나라보다 뒤떨어진다는 지적은 그동안 군 안팎에서 끊이지 않아왔다. 야간투시경·드론(로봇) 등도 기술 개발과 실제 전쟁을 통해 계속 발전하는 만큼, 예산을 더 투입해 군의 전투력을 세계적인 수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때문에 집권 여당에서 예산을 더 주겠다는데도 군이 이를 거절한 일은 현실을 안이하게 본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협 전문위원은 "군에서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나 예산 이용·전용 등 여러 방법이 있다. 당정이 논의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며 "개인장비 가운데 어떠한 것이 어떻게 노후되고 불편한지 여러 유형이 있을 텐데,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옛날엔 장비 도입에 (국가정보원의) 정보 예산을 썼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 현행 제도상으론 장비 도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어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뜯어 고쳐야 한다"며 "단순히 '로봇 배터리가 충전이 안 되니까 로봇만 바꾸면 된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장비 도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직격했다.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지낸 특수·지상작전연구회(LANDSOC-K) 전인범 고문도 "합참에선 지금 실무 부대에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그림조차 그리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며 "전략/전구급 사령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야전에서 요구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다 보니 상급부대는 다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그렇게 못 느끼고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실을 파악하고 나면 현재의 체제로서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워리어 플랫폼 사업의 경험"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현 체제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이같이 나선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크부대를 방문했을 당시 직접 손을 들고 '장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아크부대 김모 상사는 이 대통령 앞에서 "UAE 부대는 지금 장비가 훨씬 더 좋아지고 전술도 발전하고 있는데, 저희는 아직 10년도 더 된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총기나 야간투시경, 방탄복 이런 것들이 지금 많이 노후된 장비다. EOD(폭발물처리반) 장비도 그렇고 저격총 같은 총기들이 전부 구시대 장비"라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 (권대원 합참)차장님이 일부러 왔다니까 잘 챙겨주실 것"이라고 했고, 김 상사에게 "훌륭한 군인 같다"며 격려했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건의하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육군 대위 출신 유튜버 '캡틴 김상호'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육군은 소요를 판단해 올려서, (사업이 진행되고) 보급을 받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최소한 특수부대나 파병부대만큼은 사용자가 원하는 장비를 소요제기하고, 중간 행정절차를 많이 간소화해서 필요한 것을 즉각 보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수부대만큼은 특수부대에 걸맞은 장비를 지급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의를 했던 김 상사가 군 상층부에 의해 '입틀막'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 민주당 간사 부승찬 의원은 지난 27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구식 장비를 쓰고 있다는 건 상사가 간담회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니냐, 상부에다가 보고해도 못 바꿔서 리더(대통령)가 갔을 때 얘기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왜 '보고도 안 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면서 입틀막을 하느냐"고 따졌다.

김 상사가 이 대통령에게 건의를 한 뒤 부대장에게 질책받고 육군본부 등에서 계속 호출을 받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최근 '캡틴 김상호' 유튜브에서 제기됐는데, 부 의원이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사실관계를 잘 확인하겠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렇게 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장비들은 우선적으로 교체가 될 수 있도록 추진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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