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여성 살인 사건'의 증거가 유력 용의자의 지근거리에 수두룩했지만, 경찰은 한 달여 동안 주변만 맴돌았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의혹을 키우고 있다.
28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실종 신고된 A(52·여)씨가 전날 오후 8시쯤 음성군 생극면 한 업체 폐수처리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 남자친구였던 B(54)씨에 의해 실종 당일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발견되기까지는 무려 44일이나 걸렸다.
경찰이 강력범죄를 의심한 건 수사 초기 단계부터였다.
A씨의 휴대전화 등을 추적한 결과 생활반응이 전혀 없었고, 극단 선택 등의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A씨 가족은 전 연인이었던 B씨와 잦은 다툼이 있었다는 등의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B씨를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고도 직접적인 조사는 무려 3주가 지난 뒤에야 진행했다.
다른 주변인과 달리 B씨는 유일하게 알리바이도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씨는 A씨의 실종 당일 퇴근했다가 이튿날 오전 귀가했고, 다시 10여분 만에 다시 집을 나서는 등 수상한 행적도 다수 포착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경찰 수사는 "9월 이후 A씨를 만난 적이 없다"는 B씨의 진술 확보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경찰은 강제수사까지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B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휴대전화와 회사 CCTV, 거래처 현황 등을 확보해 A씨의 실종 전후 행적에 대해 들여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범행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고, 21일 두 번째 압수수색을 벌이고서야 유의미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도 B씨는 멀지 않은 주변에 범행 증거를 숨겨 둔 생태였다.
실종 당일 A씨를 살해한 B씨는 피해자의 차량을 직접 끌고 이동해 진천지역 자신의 거래처 두 곳을 옮겨 다니며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한 A씨는 음성지역 또 다른 거래처에 유기했다. B씨는 숨진 A씨를 처음에는 그의 차량에 그대로 뒀다가 나중에 자신의 차량으로 거래처까지 옮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A씨 차량의 번호판까지 교체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가 자신의 차량도 범행에 이용한 점을 감안할 때, 차량 추적에 대한 수사가 보다 적극적이었다면 단서 확보도 수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A씨의 회사가 인근에 있었다는 점은 인지했다"며 "피의자의 구체적인 이동동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B씨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범행이 탄로나기까지는 A씨가 실종된 지 40여 일이나 흘렀다.
지난 26일 경찰이 충주시 충주호에서 A씨의 차량을 찾아내자 B씨는 범행을 줄줄이 실토했다.
B씨는 경찰이 두 번째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망이 급격히 좁혀온 지난 24일 거래처에 숨겨 놓은 차량을 끌고 충주호에 빠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긴급체포된 B씨는 폭행 사실만 시인하다가 경찰의 추궁 끝에 살해 혐의까지 모두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