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윤석열의 불법계엄 선포 1년을 앞둔 가운데 당시 유일하게 사표로 계엄에 저항한 공직자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자신의 선택과 내란 재판, 사법부 책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 그는 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에세이 '단 하나의 사표'를 출간하며 "계엄은 정신 착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위는 "내란죄"라고 규정한 자신의 결단과 그날의 기록을 정리했다.
류 전 감찰관과 함께 지난 25일 CBS 유튜브 '질문하는 기자'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법무부 수뇌부에 있는 분이 저렇게 사표를 내고 저항하며 저희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류 전 감찰관과 김 의원은 내란 재판 정리의 마지막 고리는 '내란 전담 재판부'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는 류 전 감찰관의 책 이야기로 시작됐다. '단 하나의 사표'는 다음달 3일 출간 예정인 384쪽 분량의 에세이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과 그 직후의 상황, 원칙주의자의 행보, 공대 출신 아웃사이더 검사로서의 삶을 담았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추천사에서 "그가 사직했다는 기사를 보고 '역시 류혁답다'고 생각했다"며 "비상계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법무부 고위 관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했나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고 적었다.
책에서 류 전 감찰관은 계엄 선포 장면을 반복해 지켜보며 "거대한 이념이나 논리, 철학을 떠나 내 일상과 존엄은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생각, 또 반드시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각오가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고 회고한다.
당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 류 전 감찰관은 "계엄 관련 회의라면 저는 참석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계엄과 관련된 일체의 지시나 명령은 이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27쪽)라고 선언하고, 회의실을 나와 사직서를 썼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의 불법계엄 선포 이후 류 전 감찰관은 자택에서 출발해 법무부 과천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장관에게 사표를 낸 시간은 정확히 12월 4일 0시 09분이었다. 류 전 감찰관은 "사표를 내기 전 '내가 말년에 이런 흉한 꼴을 보게 생겼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류 전 감찰관님이 사표를 냄으로써 사실은 저희 민주 진영이나 아니면 민주 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며 "법무부 수뇌부에 있는 분이 저렇게 사표를 내고 저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희들에게 굉장히 많은 용기를 줬죠"라고 했다. 류 전 감찰관은 박 전 장관에게 일갈한 뒤 회의실을 나와 법무부 메모지에 급히 사직서를 썼다. 장관 비서실 직원들에게 종이를 달라고 요청해서 육필로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쓴 것이다.
'김건희 깐부'로 불리는 박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두 차례 영장 기각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영장 기각 이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포함해 김혜경 여사, 김정숙 전 여사 사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과정을 묻고 지침을 내리는 듯한 메시지가 포착됐다.
박 전 장관에 대한 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 류 전 감찰관은 "첫 영장은 5대 5 발부 확률, 그 다음에 두 번째는 발부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와 수사 문의 텔레그램 대화 등) 이런 사실까지 밝혀졌을 때도 영장이 기각이 됐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보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김건희씨가 완전히 그 사법권, 검찰권을 휘두른 거 아니냐"며 "사실상 지휘권자가 돼 그런 것들이 다 밝혀졌는데 이건 완전히 국정 농단"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씨는 말 두 마리 받고 그거 갖고 난리를 쳤는데, 이건 국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검찰권을 대통령도 아니라 대통령의 부인이 사적으로 본인의 어떤 범죄를 가리기 위해서 사용한 건데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이같은 미온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내란 전담 재판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전담재판부가) 특별하다고 하니까 마치 없던 걸 새로 만든 것처럼 말하면서 일각에선 위헌 시비를 걸고 있다"며 "예컨대 교통 전담, 의료 전담, 보건 전담, 산업 산재 전담 이렇게 지금 현재 법원 내에도 전담 재판부가 있듯이 이건 내란 사건만을 담당하는 재판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제기하는 위헌 논란에 대해 "위헌 논란은 전혀 없다"며 "추천위원회를 꾸려서 지금 1심은 거의 다 끝났으니까 2심 재판부 9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기존의 판사들 중에 추천받은 판사들이 내란 재판을 전담하는 것이라서 사실 사무 분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류 전 감찰관은 "내란 사건의 중대성 등을 비춰보면 일반적인 비리 사건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며 "정말 어마어마한 사건이고 신속하게 해결해야 될 사건인데 저렇게 태연하게 안일하게 대처해선 안 된다. 깔끔하게 정리를 할 수만 있다면 전담 재판부든 뭐든 해서라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 감찰관은 윤석열의 불법 계엄에 항의해 사표를 낸 직후 언론 인터뷰를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 할 때 저는 '이거(불법계엄 여파) 오래 갈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래도 1년이나 지나 이쯤 되면 1심도 끝나고 항소심이나 바라보고 이미 안정되어 있고 내란 주동자들 이 사람들은 좀 조용해지고 그래야 되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단체조직에 연루되거나 그 구성원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10년 내외 중형이 선고된다"며 "내란 주범과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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