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넘기고도 못 마친 민희진 당사자 신문, 무슨 말 나왔나[현장EN:]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난해 7월 9일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 관련 조사를 받고 취재진 앞에서 소감을 말하는 모습. 연합뉴스

5시간 34분. 오후 3시 시작, 오후 8시 34분 종료.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출석한 '당사자 신문'은 재판장 재량으로 주어진 5분간의 휴식 시간 두 번, 총 10분을 빼도 5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진행됐다. 그런데도 다 마무리되지 않아 다음 달 기일로 이어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 및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민 전 대표를 대상으로 당사자 신문이 이뤄졌다.

△본인이 제작한 뉴진스(NewJeans)가 꾸준히 부당 대우를 받아 내부 고발할 수밖에 없었으며 △라이브 방송이나 계약해지 통보, 국감 출석 등 뉴진스의 행보는 뉴진스와 부모님의 뜻이지 배후에 본인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법률 문외한이라 당시 박지원 하이브 CEO를 믿고 주주간계약을 맺었으나 '사실상 영원히 유지되는 경업금지'라는 독소 조항을 뒤늦게 발견해 이를 해소하고자 주주간계약 수정을 요구한 것이지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으며 △카카오톡 대화는 맥락과 어투를 봐야 하는데 하이브가 본인을 향해 불순한 프레이밍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시혁의 '심각한 구애'로 하이브 입사, '상장의 제물'임을 깨달아


우선 민 전 대표 측은 2019년 말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하이브(당시 빅히트 뮤직)에 합류하게 된 배경부터 물었다. 민 전 대표는 기존 엔터업계를 굉장히 불신하고, SM을 대단히 비판했다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업을 쇄신해 보고 싶다' '(민희진과) 걸그룹을 꼭 만들어 보고 싶다'라며 "거의 무릎 꿇는 상황"에서 "심각한 구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 의장에게) '나는 내 맘대로 해야 된다. 사실 내가 내 회사를 차릴 수도 있었지만 시혁님이 서포트해 준다고 하고 무한의 지원을 해 준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는 거지) 저를 간섭한다고 하면 저는 이 회사랑 일 못 한다. 나는 내버려두면 내가 알아서 굉장히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라고 부연했다.

입사할 때만 해도 "당연히 제가 주도하는 걸그룹"을 "내 레이블로 시작"하는 줄 알았으나, '이렇게 하면 걸그룹 데뷔가 빨라질 수 있다'라는 방 의장의 설득으로 '음악=방시혁 / 크리에이티브 디렉팅=민희진 / 매니지먼트=쏘스뮤직' 방식의 3자 코업(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 의장이 어떤 음악을 할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방향성을 잃었다' '희진님은 무슨 음악을 하고 싶냐'라고 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음악을 데모(임시 녹음곡)로 많이 들려줬다고 말했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 데뷔곡 '어텐션'(Attention)과 '허트'(Hurt)도 들려줬다. 'SM의 잔재가 느껴지고 사실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좀 다르다'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방 의장이) 다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뉴진스보다 2개월 빨리 데뷔한 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이건 제 추측"이라고 전제한 후, 민 전 대표는 "방 의장이 신인 걸그룹에 정말 자신이 없나 보다 했다. 여러 가지 본인의 걱정을 많이 얘기했다"라며 "사쿠라나 김채원 같은 멤버들을 (왜) 영입하려고 했을까 유추해 보면 시장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저는 사쿠라, 김채원이 하이브에 영입될 거라는 걸 기사 보고 알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들의) 재데뷔를 제가 돕는 것처럼 소문이 나는 바람"에 "제가 오해받는 상황이 생겼다"라고도 했다.

사쿠라, 김채원 두 사람의 계약 기간 때문에 그 둘이 속한 팀이 더 먼저 데뷔할 예정이며, 앞으로 쏘스뮤직 차기팀 데뷔를 맡아 달라는 이야기를 박지원 전 CEO에게 들었다는 민 전 대표는 "몇 년 동안 나를 속인 거냐, 너희 양아치냐, 약속을 이렇게 깨는 거는 말이 안 된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연습생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했다"라고 말했다.

데뷔하자마자 어마어마한 성공을 했는데도, 하이브는 뉴진스의 성과를 충분히 홍보하지 않았다고 민 전 대표는 재차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방시혁이 왜 자기 회사(내부) 팀을 망하게 하겠느냐 이해가 안 된다는 분들이 있다"라며 "이건 제 느낌인데 방 의장은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너무나 구애를 하고 필요 없어진 상황에서는 너무나 쉽게 사람을 버리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단순히 직원들이나 어른들이 아니라 아티스트, 자기의 사업도 포함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 제가 하이브 상장의 제물이었구나' 스스로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상장을 하려고 내가 필요했던 거구나. BTS(방탄소년단)만으로 상장하기에는 재료가 부족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한테는 상장 안 한다고 했었고. 상장을 위해서라도, 나중에 SM 인수전이나 하이브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제가 깨달음이 생겼다. 거버넌스상으로 방 의장은 크리에이티브나 콘텐츠 질로 내실을 다져서 (기업을) 성장, 팽창시키기보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그런진 모르겠지만 M&A 투자를 통한 외적 성장을 하려 했고 아티스트나 직원은 하나의 부품이나 소모품이겠구나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저는 방시혁 의장에게 아닌 거 아니고 틀린 거 틀리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민 전 대표는 "본인(방시혁) 입으로도 그런 얘기 했다. 저는 필요한 사람이고, '희진님이 나가서 자기의 적이 되는 것보다 자기가 겟(get)하는 게 낫다'라고. 말 안 듣는 제가 데리고 있는 애들(뉴진스)이 인기 있는 것보다 말 잘 듣는 레이블(소속 그룹을) 공장화해서 더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뉴진스가 데뷔하기도 전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간 것도 하이브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민 전 대표는 "르세라핌(LE SSERAFIM)이라는 팀을 제가 (제작)하는 것처럼 헷갈리게 하고 싶었다고 박지원이 제게 말했다"라며 "'유퀴즈' 출연 거절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냥 출연하겠다고 했다. (회사가 뉴진스) 홍보를 못 하게 해서 실제로 제가 '유퀴즈'에 출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내용 제대로 몰랐지만 박지원 믿고 주주간계약 서명했다고 주장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어도어로 이관하는 대신 본인 지분을 0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하이브의 제안에 "기분이 너무 나빴다"라는 민 전 대표는 "나한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라는 거야? 스톡옵션을 준다더라"라면서도 "돈 때문에 주주간계약을 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뉴진스가 잘되고 나서 (20)23년도에 하이브의 견제가 너무너무 심하고 피곤했다"라고 한 민 전 대표는 하이브 임원들의 술자리에서 본인 험담이 나왔다는 제보를 듣고 나서 박지원 전 CEO에게 주주간계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 주인의식이 더 필요하다. 나는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인데 목소리를 좀 내야 할 것 같다. 보이그룹도 나중에 만들어야 하니 동인이 있어야 한다. 우리 페어플레이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먼저 주주간계약을 맺자고 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잘 몰랐다는 게 민 전 대표 입장이다. 경업 금지 조항을 잘 몰랐는지 묻자 "네"라고, "주주간계약 직접 제안했다고 얘기했다. (본인이) 제안하고도 믿고 찍으라고 하니까 날인했다는 거냐?"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박지원 전 하이브 CEO. 하이브 제공

오히려 민 전 대표는 "박지원 사장이 저를 등칠 거라는 생각은 못 했고, 제가 바보여서라기보다는 그래도 설마 말도 안 되는 5%로 옴짝달싹 못 하는 경업금지조항을 넣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를 믿어라, 희진님을 등칠 일이 없다' 해서 박지원 인간을 믿은 게 아니라 하이브 사장이 나를 속일 리 없다고 생각해서 사인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주주간계약에 따라 민 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중 4.5%는 하이브 동의 없이는 처분할 수 없는데, 이 지분 때문에 하이브 허락 없이는 다른 연예 기획사에서 일할 수 없기에 이는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독소 조항을 발견한 시점을 2023년 12월로 기억한 민 전 대표는 "그냥 제가 그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려고 (계약서를) 봤다"라며 "어떤 사람이 자기가 평생 경업 금지될 수 있는 조항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하이브는 민 전 대표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해 4월 26일 공식입장을 통해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함으로써 부당한 경쟁상황을 막기 위해 매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항이다. 어느 업종에서나 흔히 있는 조항"이라며 "영원히 묶어놨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주주간계약 수정을 논의하면서도 본인은 뒤로 빠져있고 변호사가 전담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었는데, 이후 풋옵션 배수를 30배로 올리려고 했다.

풋옵션 배수 상향을 두고 민 전 대표는 "제가 요구한 게 아니라 변호사 딜의 영구적 경업금지 조항 풀기 위한 딜의 한 조항으로 변호사가 제안한 거로 안다. 제가 제안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본인 모르게 제안했다는 것인지 묻자 "저한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30배든 20배든 13배든 중요하지 않다. 13배여도 되고 더 이상 (올려서) 안 받아도 된다는 부분도 있지 않나. 그 맥락도 보셔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하이브 측이 '20배까지 얘기해 봐? 회사가 걷잡을 수 없이 잘되면 하이브는 20배의 풋옵션 행사를 받아줄 여력이 없을 수도 있대. 내가 회사를 먹을 수도 있다고'라고 한 대화 내용을 제시하자, 민 전 대표는 "그 맥락도 다르다. 저건 주주간계약 협상할 때가 아니다"라며 "저건 심지어 (신)OO님의 생각이지 않나. 제 얘기가 아니라"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내가 회사를 먹을 수도 있다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변호사님한테도 말씀드렸는데 주주간계약 협상으로 돌린다는 것도 제가 주인의식…"이라며 " 제 창작력으로 장악하는 회사"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소유로 만들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건) 크리에이터와 변호사님 뇌 구조의 차이"라고도 했다.

2020년 10월 15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모습. 황진환 기자


민 전 대표는 "돈을 위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그동안 손해를 많이 봐왔으니까 손해 보지 않는 상황에서 제가 '장악한다'라는 건 그런 장악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장악, 실제로 제가 잘한 부분에 대한 (제) 능력으로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6일, 13일 두 차례 회의 당시 풋옵션이나 스톡옵션 등이 등장하는 만큼 결국 '경제적 보상'이 주주간계약 수정 요구의 핵심 아니었냐는 질문에, 민 전 대표는 "변호사님이 '스톡옵션' 내용도 휴지라고 하시더라. 이것도 희진님을 속인 거고 그 부분도 개선이 필요할 거라고 얘기하신 기억이 있다"라고 답했다.

"저는 여론전 한 적 없어"…"뉴진스 똑똑"


라이브 방송, 전속계약 해지 통보 및 소송 등 뉴진스의 행보 역시 뉴진스와 보호자(부모) 뜻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민 전 대표는 주장했다.

뉴진스 부모 명의로 하이브에 항의 메일을 보낸 것과 관련해,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이 뉴진스를 표절한 것이 문제라고 다시금 언급했다. "아일릿 사진을 보고 뉴진스인 줄 알고 '네 딸이 왜 없냐' 할 만큼 유사한 느낌인데 이게 말이 되나, 이게 뭔가"라며 뉴진스 부모들이 연락해 왔다고 운을 뗐다.

자신과 하이브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한 민 전 대표는 "내가 얼마나 방시혁 끈(사람)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업신여겨졌으면 이렇게 대놓고 베끼고, 대놓고 나를 이렇게 멸시할 수 있냐? 같은 회사에서 카피당했다는 것 자체가 멸시라고 느꼈다. 방시혁 의장에게 메일 보낼 때도 '방시혁 의장님, 본인이 나 오퍼한 이유가 내 것 마음대로 베끼고 싶어서였나? 안에 있으면 제가 아무 말 못 할 줄 알았나?' 했다. 우릴 업신여기지 말라는 뜻이다. 우릴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메일 작성을 두고도 민 전 대표는 "(뉴진스) 엄마들이 가정주부, 전업주부들이시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얘기 초안을 써 오면 대표님이 봐 주실 거죠? 했다. 그게 어도어 대표이사로서의 일이다. 제가 배임하지 않으려면 아티스트 보호가 우선이다. 그게 제 계약서에도 있다. 이분들이 권리 침해당해서 항의하는 거면 제가 당연히 봐드려야 한다"라고 항변했다.

누구 아버지 말투로 해라 이런 식의 세세한 지시를 한 이유를 묻자, 민 전 대표는 "한 멤버 아버지가 굉장히 강성이셨고 그분도 하이브에 불만이 많았다. 어머님들(초안)이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고칠 거면 정말 부모들이 화가 났구나 느낄 수 있게 쓰려면 이 방법이 낫지 않을까 했다. 이거를 어머님한테도 다 확인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지난 3월 7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뉴진스. 연합뉴스

부모님이 실제로 요청했다기보다 본인 뜻을 전하려고 하면서 부모님이 항의하는 듯한 외관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질문에, "부모님과 다 얘기한 거다. 이 정황을 전체적으로 알면 제가 강압을 할 이유가 없다. 이걸 해서 제가 얻을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우린 사실 시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목적이 하이브 고치려고 하는 거니? 개선은 안물안궁'이라고 나타난 카카오톡 대화를 언급하자, 민 전 대표는 "이전에 김태호(빌리프랩 대표)의 메일이 있었고 반성 없이 더 뻔뻔하게 나왔다. 어도어 대표로서 중요 순위를 판단해야 했다. 하이브 항의가 우선이냐 뉴진스 보호하는 게 맞냐. 얘네(하이브)는 시정 바랄 수가 없는 상황이고 회사 비리를 묵인하는 것도 죄다. 우리가 이걸 알리기라도 해야 해. 얘네가 어차피 시정 안 하는 거니까. 제 분노가 담긴 상황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민 전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조언을 구했다면서도 방송하는 시각을 미룬 것은 "그들"(뉴진스)이며 "제가 유튜브 방송을 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다. 이걸 약간 이상하게 몰아가시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전속계약 해지 관련해서도 민 전 대표는 "저한테 무슨 실익이 있나?" "그런 무리수를 왜 내가 둘 거라고 생각하냐?"라며 "(전속계약 때문에 뉴진스는) 못 나간다고 어머니한테 정확하게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저는 여론전을 한 적이 없다. 하이브가 여론전을 했겠지"라고 거듭 주장한 민 전 대표는 "(하이브는) 저한테 2년째 여론전을 하고 있다"라며 "제가 당했다는 건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들에게도 제보받은 것이 많지만 사실확인서 써 달라는 요청을 하면 '하이브에게 불이익당하는 게 너무 무섭다'라고 했다는 그는 "제가 여론전 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나?"라고 물었다.

뉴진스 멤버들이 계약해지 사유로 주장한 것들이 법원에서 전부 기각됐다고 하자,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잘못한 걸 생각하셔야 한다. 본인들이 뉴진스한테 잘못한 게 그렇게 많은데 본인들이 원인 제공을 했다는 걸 생각해야지"라며 "멤버들도 부모들도 다 이해득실들을 생각하는 분들이고 그런 내용이 있는데 다 제가 시켰다고 몰아가는 게…(저희는) 그럴 수도 없는 관계고 그럴 이유도 없다. 굉장히 똑똑한 애들"이라고 반박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원래 여론전을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할지 몰랐다"라며 본인이 내부 고발 메일로 얻고자 한 것은 "업의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나. 하이브가 잘못했다는 게 드러나지 않나. 그럼 우리가 부당 대우를 당했다는 게 드러나지 않나"라고 한 민 전 대표는 "저의 진짜 궁극적인 목적을 물어보시면 저 손해 봐도 되니까 업계를 개선하고 싶었다"라며 "모든 사람들이 하이브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런이런 이유들로 (고발) 못 하는 상황인데 저는 참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뉴진스 권리 침해 상황이 되니 제가 손해 보더라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 박종민 기자


하이브 측 vs 민희진 신경전 속 재판장 제지


이날 당사자 신문에서는 하이브 측 변호인과 민 전 대표 및 변호인의 실랑이가 계속되기도 했다. 하이브 측은 특정 변호사 이름을 거론하거나 신문할 "네, 네"를 반복하는 민 전 대표의 행위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 측의 질문이 다 끝나기 전에 먼저 답하거나, 더 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도 본인이 설명해야 한다며 말을 잇기도 했다.

재판장은 원고(하이브) 측에 "민희진씨는 민간인이고 원고는 전문가니까 감정적으로 단어 가지고 신경전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민 전 대표에게 "'(~하는 게) 왜 나빠요?' 그렇게 하면 안 될 거 같다. 증인은 질문을 잘 듣고 적절한 답변을 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각각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쉬운 방법은 '맞다' '아니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그거 먼저 생각하신 다음에 반문을 하시든지 나빠요를 하시든지… (먼저) 반문을 하시면 '예' '아니오'가 아니다"라며 "그다음에 증인 어투가 일정한 패턴이 다. 원고 측 대리인은 (여기에) 하나하나 반응하시는 거 같고 반응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거 같다. '맞다' '아니다' '사실과 다르다' 이걸 먼저 생각하면서 하면 좋겠다"라고 부연했다.

하이브 측 변호인에게 '왜 그렇게 질문하냐?'라고 한 민 전 대표를 향해 재판장은 "잠깐만요"라며 "그거는 이분(변호사)들의 직업이다. 맞다, 아니다, 그 이유는 뭐다 하면 된다. 질문이 재판 자료로 사용되지 않는다. (당사자가) 하시는 말씀이 재판의 근거 자료로 쓰이지.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질문을) 엮어 들어오든 그건 근거 자료로 쓰이지 않는다. 그걸 왜 그렇게 하냐고 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아, 그건 제가 몰랐다"라고 말했다.

치열한 공방이 5시간 반가량 이어졌으나 당사자 신문은 다음 기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다음 기일은 오는 12월 18일로 잡혔다. 민 전 대표는 이날도 당사자 신문을 위해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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