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춘천, '도심근교형 은퇴자 마을' 미래 도시 재편… 초고령사회 대응 ②청주형 은퇴정착 모델 구축… 옥화9경에서 찾은 해답 ③"집 짓는 건 쉽다…문제는 운영" 맹성규 국회 국토위원장 제언 (끝) |
고령화가 급속히 다가오는 한국 사회에서 '은퇴 후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는 더 이상 개인의 고민이 아니다. 맹성규 국회 국토위원장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한국형 은퇴자 도시 모델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강원도 부지사 시절부터 이어진 그의 문제의식은 미국의 70년 된 은퇴자 도시들,특히 1만7천 가구·4만 명이 모여 사는 아리조나 선시티를 직접 확인하며 더욱 구체화됐다.
맹 위원장은 "인구 유입이 목적이 아니라 은퇴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춘천이 한국형 모델의 '1호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은퇴자 도시의 핵심 원리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조건을 분명하게 짚었다. 다음은 기자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맹성규 국토위원장과 나눈 1문 1답이다.
Q. 위원장님이 말하는 '은퇴자 마을' 구상은 어디서부터 출발했습니까?
A. 제가 강원도 부지사 시절, 춘천–속초 고속철도 예타를 통과시키고 역세권 개발 구상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고속철도는 계획 확정부터 개통까지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역세권 개발도 동시에 추진해야 개통 시점에 완성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 생기는 역 반경 3km 안에 '은퇴자 도시'를 구축하는 아이디어가 시작됐습니다. 미국 출장에서 보니 이미 70년 전에 시작된 대규모 은퇴자 도시가 3천여 개나 존재했고, 특히 아리조나의 '선시티(Sun City)'는 1만7천 가구·4만 명이 살 정도로 성공한 모델이었습니다. 규모가 크니 정서적 고립이 줄고, 다양한 관계 형성과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미국의 사례가 왜 중요했습니까? 한국의 실버타운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A. 기존 한국의 실버타운·요양시설은 100~200가구 수준의 소규모 시설입니다. 내부 갈등이 생기면 해결이 어렵고, 취미·문화·의료 서비스도 제한됩니다. 반면 선시티 같은 도시형 은퇴자 마을은 100가지가 넘는 취미 클럽, 수영장·도서관·의료시설·골프장 등 도시 단위 기반을 갖고 있어 거주자들이 원하는 액티비티를 누릴 수 있습니다.핵심은 규모와 종합병원 접근성입니다. 고령층에게 가장 위협적인 심혈관·뇌혈관 질환을 30분 내 치료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있어야 합니다. 춘천은 이 조건을 충족합니다.
Q. 은퇴자 마을을 추진할 때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인구 유입이 목적입니까?
A. 아닙니다. 인구 유입은 보너스입니다.근본 문제의식은 "은퇴 후 어디서·누구와·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입니다. 은퇴자 도시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수도권에서는 주택 공급 효과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1만 가구 중 5천 가구만 수도권에서 타 지역으로 이동해도 자동으로 '공급 효과'가 생깁니다.하지만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수요자 중심, 즉 '은퇴자가 잘 살기 위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강원도 인구 늘리기 정책으로 접근하면 실패합니다.
Q. 그럼 이 모델을 지방 소멸 대응 정책으로 보는 접근은 잘못된 겁니까?
A. 네, 잘못된 접근입니다.'지방 인구 늘리기'가 목적이면 방향이 완전히 빗나갑니다. 우선은 정서적 고립 해소, 생활 기반, 의료 접근성 등 은퇴자의 삶의 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소멸 완화가 따라옵니다.
Q. 추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무엇입니까?
A. 두 가지입니다. 입주자 자격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예를들어 춘천 사람 몇 %, 강원도 사람 몇 %, 외부인은 몇 %를 받을 것인가? 임대주택(LH)을 넣을 경우 전국 LH 대상자 중 누구를 받을 것인가? '부부만 입주', '혼자만 입주', '배우자 사망 시 처리' 등 세부 규정도 필요합니다.
또한 취미·문화·커뮤니티 운영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입니다. 수십개 이상의 클럽 운영, 비용 구조, 시설관리 등도 문제인데 예를 들어 고가 취미와 소규모 취미의 비용 차이 조정 등도 고려해 봐야지요. 또한 주민자치로 운영할 것인가? 공적 개입을 할 것인가? 어떤 모델로 운영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운영을 잘못하면 은퇴자 도시는 '사기 사업'으로 낙인 찍히고 지속 가능성을 잃습니다.
Q. 그렇다면 '춘천 1호 모델'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A. 춘천은 수도권 1시간권, 종합병원 확보, 도시 기반시설, 문화시설 등이 강점입니다. 하지만 입주자 기준과 '커뮤니티 운영 구조'를 먼저 세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입주비 보증금 2억원에 1만 가구가 입주하면 2조 원인데 이 금액이 모이면 건설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운영 방식입니다.
Q. 청주 등에서 하고 있는 은퇴자 마을 형태의 은퇴 체험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모델인가요?
A. 완전히 다릅니다. 그건 체험형·커뮤니티 센터 기반의 단기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은퇴자 도시는 주거·의료·취미·오락·커뮤니티·일자리가 모두 결합된 '도시 단위' 모델입니다.미국처럼 식사·건강 체크·간호 보조·노인 일자리·텃밭 제공까지 한 공간에 통합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은퇴자 마을 추진을 준비하는 지자체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A. 두가지 정도를 꼽자면 입주자 자격 기준을 명확히 세워라. 전체 운영 및 수십가지의 취미·문화 활동을 어떻게 운영할지 구조를 먼저 설계하라 입니다. 집 짓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운영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면 '은퇴자 마을은 사기"'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쓰고 전국적 신뢰가 무너집니다. 반대로 이 문제가 해결되면 춘천 모델을 그대로 전국에 확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은퇴자 도시는 은퇴자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며, 인구 유입·경제 활성화·수도권 주택 공급 효과는 뒤따르는 '보너스'일 뿐이라는 출발점과 목적을 지자체가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