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공무원도 정책에 의사표명·노조 활동하도록 보장해야"

정부 "협약 위반으로 보지는 않아…권고 취지 존중해 제도 개선 검토"
민주노총 "정부, 권고 법적 의무 없다지만…핵심협약 비준국으로서 이행 의무 있어"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정치기본권 쟁취·소득공백 해소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국제연합(UN)의 노동 전문기구가 한국 정부에 공무원이 경제·사회 정책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6급 팀장을 포함한 공무원의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활동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7일 제355차 이사회를 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이 제기한 결사의자유위원회(이하 결사위) 진정 사건에 대한 이 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채택했다.

이번 권고는 윤석열 정부 시절 공무원의 노조 활동에 가해졌던 정부의 제한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2022년 11월 전공노가 진행한 '공공·노동정책 관련 총투표'에 대해 정부가 중단 명령을 내리고,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한 조치, 공무원노조와 일부 지자체 단체협약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등에 대해 지난해 노조가  ILO 협약 제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를 위반했다며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결사위는 권고문을 통해 우선 "국가 행정 업무에 관여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 공무원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폭넓은 경제·사회정책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대화와 협의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또 "위원회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 허용, 선거운동 참여 제한 완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를 위한 국가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정부의 정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정치기본권 쟁취·소득공백 해소 총력투쟁대회에서 '되찾자 정치기본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

쟁점이 됐던 공무원의 노조 가입 범위와 관련해서는 6급 팀장을 포함한 공무원이 단체 설립 및 가입 등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노동조합 탈퇴 거부를 이유로 6급 공무원을 강등하거나 전보한 모든 결정은 취소되고 그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이나 불이익이 보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무원의 고용조건과 연관된 정책 및 운영상 결정이 노·정 간 교섭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진정에서 함께 제기된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및 단체교섭 범위 확대와 관련된 사안은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에 회부해 지속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위는 ILO 이사회가 임명한 독립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기구로 회원국의 ILO 협약・권고 이행 등을 검토하고 연례보고서를 작성한다.

노동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결사위는 권고에서 우리나라가 협약을 위반했다고 보지 않았으나, 정부는 결사위 권고의 취지를 존중하며 공무원 노동권 보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ILO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며 한국의 노동권 존중 및 보장과 관련한 정책을 설명하고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정부가 '권고는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족"이라며 "한국은 이미 ILO 핵심협약인 제87호와 제98호를 비준했으므로, 이를 국내 법·제도와 관행에서 이행할 국제법적 의무가 이미 발생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결사위 권고는 새로운 의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비준한 협약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설명해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류 국장은 "이번 사건은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 제한뿐만 아니라, 서울 송파구청 등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린 행위가 '노사 자율 교섭 원칙'을 침해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경제·사회적 문제보다 폭넓은 견해 표현 보장 등을 언급한 대목이나 정당 가입 등 정치적 자유 확대 관련 내용은 보도자료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권고를 존중한다면 당장 단체협약 시정명령부터 내리지 말고, 공무원 노조의 교섭 의제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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