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우주가 만났을 때…국내 첫 'SF 시집' 출간

[신간]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허블 제공

한국 시문학에 새로운 장르가 더해졌다. 출판사 허블이 SF 감각을 기반으로 한 국내 첫 시집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을 펴냈다. 김혜순, 신해욱, 이제니 등 12명의 시인이 참여해 시와 SF가 만났을 때 가능한 낯섦과 경이를 한 권에 담았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SF 시집'이라는 이름 그대로, 각 시인이 가진 시적 언어가 로봇·우주·변신·타자성·기후·생물성 등 SF적 소재와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참여 시편들은 모두 개별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신작 또는 미수록작으로 구성돼 신선함을 더한다.

구성 방식 또한 독특하다. 보통 시인별로 작품을 모아 배열하는 앤솔러지와 달리, 이번 시집은 12명의 작품을 섞어 배치했다. 독자는 누가 쓴 시인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지만, 서로 다른 시어가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과 별자리를 만들도록 설계됐다. 허블은 이를 "SF 시를 감각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질서"라고 설명한다.

책 속에는 "우주는 강아지가 산책하는 넓은 운동장"(크런치)처럼 천진한 문장부터 "무한은 원과 선과 면과 점 사이에서 계속 작아지며 자라난다"(되기) 같은 추상적 사유까지, 시와 SF가 서로의 관성을 흔드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인간이 만든 이야기, 인간 너머의 상상력, 존재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다룬 시편들이 총 196쪽 분량에 흩뿌려져 있다.

평론가 인아영은 해설에서 "SF가 논리적 추론으로 세계를 세운다면, 시는 직관으로 시간을 여는 장르"라며 "SF의 상상력이 시를 만나면서 새로운 가능태가 열린다"고 말했다.

김혜순·신해욱·이제니 외 지음 | 허블 |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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