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멜라 신작 '리듬 난바다'…사랑·욕망의 파도 속으로

[신간]
임수지 '잠든 나의 얼굴을' · 이동순 '그간 격조했습니다'

문학동네 제공

젊은작가상 대상과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멜라 작가가 펴낸 신작 장편소설 '리듬 난바다'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을 전면 개고해 완성한 568쪽 분량의 대작이다.

소설은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딸기 농부 을주, 그리고 비밀스러운 외지인 둘희, 영화감독 한기연의 얽힌 관계를 전면에 배치한다. 사랑·집착·욕망·정념이 소용돌이치는 파도처럼 밀려오며,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열망을 안은 채 서로에게 도달하려 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난바다'(먼바다)와 '든바다'(가까운 바다)라는 언어가 담아내는 감정적 리듬이 놓여 있다. 을주는 외로움의 시간을 견디던 어린 시절 "바다 바다, 해다 해다"를 중얼거리며 순간의 슬픔을 가볍게 띄워보냈고, 둘희는 과거를 다시 쓰며 자신의 삶을 복원하려 한다. 김멜라는 이 두 흐름을 바다와 달의 인력처럼 엮어내며,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끌리고 멀어지는 감각적 구조를 설계한다.

특히 둘희의 시점은 "기록을 찢어 필요한 이야기로 새롭게 지어낸다"는 선언처럼 과거 자료·메일·인터뷰 등을 다시 구성하는 메타적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재서술'의 장치가 작품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568쪽

은행나무 제공

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인 임수지 작가의 첫 장편소설 '잠든 나의 얼굴을'은 총 503편의 후보작 중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으로, "소설이 오늘 해야 할 일을 탐색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소설은 주인공 나진이 고모의 연락을 받고 광주로 내려와 할머니와 함께 지내기 시작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3일쯤 비울 것"이라던 고모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남겨진 세 사람의 관계가 잔잔한 호흡 속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화자는 빠른 속도 대신 여백을 통해 인물의 감정선을 보여주며, 비어 있는 공간을 독자의 사유가 채우도록 유도한다.

작품은 가족의 부재, 유년기의 상처, 나를 이루는 자리의 기억을 세밀하게 더듬는다. 열 살 무렵 부모의 이혼으로 고모 집에 맡겨졌던 나진은 '임시의 방'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고모의 부재를 견디며 스스로 규칙을 깨쳐야 했다. 소설은 그 시절의 무심한 일상 조각들—상처가 아물던 무르팍, 따돌림의 기척을 듣기 위해 귀를 세우던 교실, 새벽에 적어내던 문장들—을 통해 한 인물의 내면을 정교하게 기록한다.

고모가 예고 없이 사라진 뒤, 나진은 도서관에서 글을 쓰며 고모의 흔적을 더듬는다. "일어나. 이제 다시 네가 될 시간이야."라는 소설 속 문장은, 삶의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과 서로의 얼굴 속에서 나를 발견해가는 경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임수지 지음 | 은행나무 | 312쪽

창비 제공

이동순 시인이 지난 50여년간 동료 문인·평론가·사회인사들과 주고받은 친필 편지를 엮은 산문집 '그간 격조했습니다'는 근현대 한국문단의 풍경과 시대의 억압, 문인들의 내밀한 안부가 그대로 담긴 기록집이다.

책에는 김광균·김규동·김지하 등 원로 시인부터 황석영·백낙청·이시영, 그리고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 여사까지 총 38인, 64편의 육필 편지가 실렸다. 한 시대를 견딘 문인들의 목소리가 낱낱이 남아 있어 문학사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근대 시단의 분위기는 김광균·김규동 등의 편지로 생생히 드러난다. 반면 1970~80년대 문인들이 겪은 정치적 억압은 황석영 작가의 옥중 편지, 염무웅 평론가의 검열 일화 등에서 확인된다. 백낙청 평론가가 '창작과비평' 복간을 준비하며 남긴 글 역시 당시 시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호승·안도현·도종환 등 동료 시인들과 나눈 편지에서는 '그리운 사람끼리 자주 만납시다'라는 느긋한 인사가 주는 정겨움과 문학적 성찰이 묻어난다. 실물 편지 특유의 호흡과 손글씨의 온기가 오늘의 독자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이동순 지음 | 창비 |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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