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튜브 라이트'에 백그라운드 재생 넣었다…"韓이 유일"

공정위,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동의의결 최종 확정
7월 잠정안서 빠졌던 핵심 기능, 소비자 반발에 결국 '탑재' 관철
광고제거에 더해 백그라운드 재생+오프라인 재생 "한국만 된다"…월 8500원 연내 출시
'셀프 판촉' 비판받던 상생안, EBS에 300억 출연해 공공성 확보

연합뉴스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논란을 빚은 구글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에 한발 물러섰다.

당초 광고 제거 기능만 제공하려던 저가형 요금제에 핵심 기능인 '백그라운드 재생'을 포함하고, 자사 마케팅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상생안도 전면 수정했다.

공정위는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지난 19일 최종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음악 서비스가 제외된 동영상 전용 요금제인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이하 유튜브 라이트)'가 이르면 연내 국내에 출시된다.

이르면 연내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이 국내에도 출시된다. 공정위 제공

이번 건은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유튜브 뮤직'을 강제로 함께 이용하도록 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 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한 행위로 판단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주목할 점은 지난 7월 마련된 잠정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되기까지의 변화다. 당초 구글은 7월 잠정 동의의결안에서 '유튜브 라이트'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여기에는 광고 제거 기능만 있을 뿐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백그라운드 재생(화면을 끄거나 다른 앱 실행 시 재생)'과 '오프라인 저장' 기능은 빠져 있었다.

이에 지난 7월 15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유튜브 뮤직을 안 듣더라도 백그라운드 재생 때문에 프리미엄 요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85%가 광고 제거를 위해 가입한다고 했지만, 실제 사용 경험에서는 백그라운드 재생이 필수적인 편의 기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여론을 수용해 구글과 재협상에 돌입했다. 해외에 출시된 유튜브 라이트 상품에는 통상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이 없지만,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기능을 추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결과 최종 확정된 안에는 한국만 유일하게 비음악 콘텐츠에 한해 백그라운드 재생과 오프라인 저장 기능이 모두 탑재됐다. 요금은 PC·안드로이드 웹 결제 기준 월 8500원(iOS 인앱 결제 1만 900원)으로 책정됐다. 기존 프리미엄 요금(1만 4900원)의 60% 수준 가격으로 유튜브 영상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뮤직비디오 등 음악 권리자가 권리를 보유한 콘텐츠는 해당 기능이 제한된다. 유튜브 라이트 및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은 최소 1년 동안 동결하기로 했다.

공정위 김문식 시장감시국장은 "다른 나라는 구글이 경영상 판단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라이트 상품 출시를 결정했지만 우리나라는 조사와 공정위의 동의의결을 통해 결정되는 점이 다르다"며 "우리나라에서의 상품 출시 조건, 가격이나 기능은 해외에 비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구글과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셀프 판촉' 논란이 일었던 상생 방안도 대폭 손질됐다. 당초 구글은 150억 원 규모의 소비자 혜택으로 무료 체험 연장이나 재판매사 할인 등을 제시했으나, 이것이 결국 구글의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판촉 행사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최종안에서는 구글이 직접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300억 원의 상생기금 전액을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출연하는 것으로 변경해 공공성을 확보했다. EBS는 이 자금을 활용해 예산 문제로 중단됐던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을 부활시키고,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 등을 운영하여 국내 음악 산업 생태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당초 연장 무료 체험과 재판매사를 통한 할인 지원 프로그램에 배정된 150억 원의 기금을 음악 산업 지원 방안으로 통합했다"며 "음악 산업 지원 방안 운영 주체도 구글에서 EBS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제출한 의견들을 토대로 잠정 동의의결안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수정 보완했다"고 밝혔다.

타국가의 유튜브 라이트 상품 가격 비율. 공정위 제공

일각에서는 구글의 법 위반 여부를 끝까지 가리지 않고 합의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고려한 '실리적 판단'임을 강조했다. 통상 공정위가 과징금 등 제재 처분을 내리면 기업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4~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해외 경쟁 당국 역시 신속한 시장 조치를 위해 동의의결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9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피스 프로그램에 화상 회의 프로그램 '팀즈(Teams)'를 끼워판 행위에 대해 동의의결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EU 역시 팀즈가 포함되지 않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도록 유도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했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 또한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김 국장은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닌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결 제도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경쟁 질서 회복 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끼워팔기 사건의 경우 신청 기업과 신규 상품 출시 및 그 세부 조건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의의결 방식이 소비자 보호 및 경쟁 촉진 목적 달성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서비스를 출시해야 하며, 향후 1년간 요금을 동결해야 한다. 공정위는 서비스 출시 후 4년간 구글의 이행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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