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2천명 증원 끝까지 주도한 尹 "충분히 더 늘려"

감사원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발표
尹, 복지부 첫 보고 때부터 "늘려" 소규모·단계증원 반대
"논리적 정합성 미흡한 추계에 근거해 증원규모 결정"
"대학별 배정도 비일관적 기준, 타당성·형평성 저해"
역술인 개입 및 4월 총선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증원' 결정은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하고, 대학별 정원 배정도 일관성 없는 기준 적용으로 "정원 배정의 타당성과 형평성을 저해"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단계적 증원 방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하고 '더 늘릴 것'을 지시하면서 '2천명 일괄 증원 방안'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7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尹, '단계적 증원' 반대하며 2천명 증원 "검토" 지시 

감사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의대증원 규모에 대한 복지부의 보고를 받을 때마다 "충분히 더 늘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6월 의대 정원을 향후 6년간에 한해 5백 명씩 모두 3천명을 늘린다는 복지부의 첫 보고에 윤 전 대통령은 "천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후 10월 '향후 4년간 5천명 증원' 보고에 대해서도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12월 12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정책수석이 '2천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조규홍 전 장관은 같은 달 27일 '9백 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2천명 일괄 증원안'을 각각 제1안과 제2안으로 해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이른다.
 
이 때 윤 전 대통령은 1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2안에 대해서는 "의사단체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2024년 1월에 열린 전략회의에서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2천명 일괄 증원'이 좋겠다는 의견을 거듭 제시하자, 조 전 장관은 "2안에 대해 대통령실과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 달 뒤인 2월 6일 '2천 명 증원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 반발과 교육여건 확보 등을 고려해 단계적 증원을 선호했으나,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의 의견을 감안해 2천명 일괄 증원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석에서도 역술인 언급은 없어

감사원은 다만 2천명 증원 결정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천공 등 역술인의 개입 가능성과, 당시 임박했던 4월 총선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관섭 전 실장은 문답조사에서 "여러 루머가 돌았는데 전혀 사실관계를 토대로 나온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사석에서라도 해당 역술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4월 총선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이 전 실장은 "의료계 파업이 국회의원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는 선거 전에 하자는 의견과 선거 후에 하자는 의견이 갈렸으나, 교육부 정원 배정 일정상 선거 후에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2025학년도부터 의대정원을 하려면 선거 전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다.
 
감사원은 2천명 증원에 대해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한 부족의사 수 추계에 근거해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면서, 우선 "의료 취약지역 부족 의사 수를 현 시점에서 부족한 의사 수로 해석하거나, 시점이 다른 현재와 미래 부족 의사를 단순 합산"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사부족 규모 산출 근거 "논리적 정합성 미흡"

류영주 기자

당시 복지부는 2035년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규모를 1만 5천명으로 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KDI, 서울대 등 3개 연구기관의 전망치인 1만 명에다 현 시점에서 부족한 의사 규모로 산출된 5천명을 합친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현재 부족 의사로 산출된 5천명의 근거가 된 연구는 자체충족률(해당 의료 권역 내외 병원 입원일수 대비 본인 거주 병원 입원일수)이 전국 평균에 미달하는 31개 취약지에서 전국 평균 수준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 수를 도출"한 것인 만큼, "지역 간 의사 수습 불균형을 나타낸 것이지 현재 전국 총량 측면의 부족 의사 수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그러면서 "현재 부족 의사 수가 5천명이라 하더라도 이를 고령화 등 인구 구조변화 효과를 반영해 보정하지 않고 2035년 부족 의사 수 1만 명과 단순 합산해 총 부족 의사 수가 부정확하게 산출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초저출산과 근로시간 감소, 고령층 의료이용 감소 추세 등 부족 의사 추계에 영향을 미치는 최신 요인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정기획수석은 당초 워라밸 등을 반영하면 부족 의사 수가 늘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복지부에 최신 경향을 반영해 재산출할 것을 요청했으나, 정작 최신 경향을 반영할 경우 2035년 부족 의사 수가 1만 650명에서 5천 841명으로 줄어든다는 추계 결과를 보고받자 수급 추계는 가정에 따라 워낙 변동이 심해 새로운 가정을 추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상반된 의견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의대증원 결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도 부족

지난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단체의 협의를 실시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을 저해"했고, "공식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도 충분한 자료와 논의 시간을 부여하지 않아 실질적인 심의를 저해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당시 심의 회의에서는 발언자 14명 중 4명은 대학 수용역량 등을 고려할 때 2천 명이 과도하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복지부 장관은 '밖에 기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짧게 몇 분 더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하고, 위원 1명의 발언이 종료되자 추가로 이견이 있는 위원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결론을 정해놓고 보정심 회의를 개최하였다든가, 심의가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이 초래"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대학별로 의대정원을 배정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당시 배정인원을 결정하기 위해 7명이 참여하는 배정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이들은 보건의료정책 연구, 교육·보건·지역의료 정책수립·집행, 의대 졸업 등의 경험과 전문성은 확보했으나 의대 교육현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경력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의대정원 배정, 현장점검도 없이 주먹구구

대학별 현장점검도 생략됐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대학별 현장점검 등의 방법으로 대학의 향후 교육여건 확보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배정규모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의대 정원의 가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는 일관성 없는 기준의 적용으로 "배정의 타당성과 형평성을 저해"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정 대학에만 감소조정 사유를 적용하고 같은 사유가 있는 다른 대학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감소사유로 제시된 '소재지 권인 인구 비율 저조'는 강원대와 연대 분교에 적용됐으나 같은 지역의 한림대와 가톨릭 관동대는 적용되지 않았다. '수도권 임상실습 과다'와 '낮은 실습여건 점수', '지역인재전형 법정비율 미준수' 등은 각기 건대 분교와 고신대, 연대 분교에 적용됐지만, 같은 사유가 있는 다수의 다른 대학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임상실습 비율 과다' 기준은 건대 분교의 경우 82.7%로 20명이 감소 조정됐으나, 동국대 분교(91.5%)와 가톨릭 관동대(100%) 등은 건대 분교보다 비율이 높은데도 감소 조정이 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복지부 장관에게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추진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 심의기구 등에 정책 결정의 근거와 내용 등을 충분히 설명·제공하고 실질적인 의견 수렴·논의 과정을 거치는 등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교육부 장관에 대학별 교육여건 현황 및 개선계획의 충분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위원에 균형 있게 포함되었는지에 대한 검토 없이 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 없도록, 대학별 정원 배정의 타당성과 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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