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컷'에 일어나셨으면…" 故이순재 마지막 길 배웅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이순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생전 식지 않은 연기 열정으로 대중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국민 배우 고(故) 이순재가 영면에 들었다.

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리는 영결식과 발인이 엄수됐다.

영결식 사회는 MBC '지붕뚫고 하이킥(2009)'에서 고인의 사위를 연기한 정보석이 맡았고, TBC 시절부터 함께해 온 후배 김영철과 MBC '더킹 투 하츠(2010)'에서 호흡을 맞추며 고인의 팬클럽 회장을 자처해 온 하지원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김영철은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며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선생님이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 최수종(왼쪽부터), 유동근, 김영철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원도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쭌 적이 있다, '선생님,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 그때 선생님께서는 잠시 저를 바라보시고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며 "'인마 지금도 나도 어렵다'라는 한마디는 제게 큰 위로이자 오랜 시간 마음을 지탱해 준 가르침이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며 "깊이 기억하겠다.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 온 국민배우"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김영철, 유동근, 최수종, 박상원, 이원종, 정동환, 정일우, 정준하 등 인연이 깊었던 후배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고인의 나이에 맞춰 준비된 91송이의 국화를 관 위에 놓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방문하지 않고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KBS 제공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故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쉼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우리나라 최초 TV 방송국인 대한방송 드라마 '푸른지평선'으로 얼굴을 알린 뒤, TBC 전속 배우로 시작해 KBS와 MBC 등에서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로 친근한 국민 배우 이미지를 쌓았고, 2013~2018년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는 어른의 표본을 보여줬다.

삶의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고인은 연기 인생 출발점인 연극 무대로 돌아와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으며,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부는 고인이 별세한 지난 25일 문화적 공헌을 기리며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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