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지금까지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됐다. 화재 수습 작업이 계속 진행중에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2분쯤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44명으로 늘어났으며, 사망자 가운데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도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가운데 45명도 위중한 상태이며,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79명이 실종 상태여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단지는 2천가구에 약 48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를 극도로 중시하고 있고, 현재 우선 업무는 화재 진압과 부상자 구조"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에 위로를 표하는 동시에 화재 진압과 사상자 및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홍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 22분쯤 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격상했다.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지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현장에는 구조대원과 장비가 대거 투입돼 화재 수습과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대피시켰으며,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인근 학교 건물 등에 주민 약 900명이 수용됐다.
화재 당시 건물은 1년 넘게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 비닐막 등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홍콩의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에 대해 올해 초 홍콩 정부는 안전 문제로 공공 프로젝트에서 사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 불에 타지 않은 건물 외벽 쪽에서 화재에 취약한 발포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던 사실이 확인됐으며 건물 내부에서도 환풍구 등에서 스티로폼이 발견됐다.
일부 주민들은 SCMP에 화재경보기가 불이 났을 때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한밤중이었으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아파트 공사업체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