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예산 NO…경기도의회 문체위 심의 공개 효능감↑

국내 의회 역사 '유일한' 투명공개 예산 심의 사례
2023년부터 3년째 이어진 아름다운 '전통'
황대호 문체위원장 "국민 신뢰받는 협치 실현 자부심"


"의결에 앞서 위원님 여러분, 우리 모두 옆 사람의 손을 잡읍시다. 우리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정말로 국민이 원하는 신뢰받는 정치, 협치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했다고 자부합니다. 진영 논리를 넘어 도민의 권익을 위해 뛰어주신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6일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2025년도 제3회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기 직전 황대호(더불어민주당·수원1) 위원장은 울컥 목이 메었다. 손을 맞잡은 문체위 위원들도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도 문체위 소관 2025년도 제3회 경기도 추가 경정 예산안과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은 수정한 부분은 수정안대로, 기타 부분은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없으십니까? 없으므로 수정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의회 예산 심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제11기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임기내 마지막 예산 심의가 막을 내렸다. 
 
제11기 경기도의회 문체위는 2023년부터 예산 심의 과정을 공개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계수조정회의'로 불리는 이 심의는 모든 실·국과 산하기관, 각 정당 의원들이 각각 2명식 참여해 공개 토론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예산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2000년대 이후 국회를 포함한 우리나라 의회는 계수 조정 과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제도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예산 협상은 여전히 비공개 '소소위원회' 등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완전한 투명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회 역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의 회의를 '속기록'으로 공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계수 조정 회의가 '밀실 회의', '쪽지 예산 회의'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문체위는 '소위원회' 과정부터 관련 기관 관계자와 위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개 끝장 토론'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문체위 소위원회는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2025년도 제3회 경기도 추가 경정 예산안' 역시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과 관련 산하 기관 관계자들을 불러 공개적으로 심의했다. 각 부서와 산하기관의 예산 변동 상황이 150인치 대형스크린을 통해 여과없이 공개됐다.
 
일례로 전날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사업'의 위탁기관을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아트센터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은 도의회 문체위의 '공개 끝장 토론' 심의가 빛을 발하는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토론이 끝난 뒤 경기문화재단 유정주 대표는 "17년 동안 수행했던 사업이 급하게 이관된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지만 논의를 이어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며 "그동안 이 사업을 해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두 기관 간 이견이 좁혀지면서 이 사업은 내년부터 경기아트센터가 추진한다.
 
공개 끝장 토론 방식의 계수조정회의를 통한 예산 심의에 대한 관계 공무원과 산하기관 관계자의 효용감도 매우 높다. 
 
이날 열린 '계수조정회의'에서는 지난 20일 인사청문회에서 '적합' 의견 보고서가 채택된 류인권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 후보자가 나와 "아직 공식 임명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심의여서 공개토론에 참가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며 "모든 기관과 관계자가 모여서 각자의 상황과 의견을 직접 들으면서 내가 속한 조직의 입장만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각 기관을 둘러싼 이견의 배경까지 알게 되는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도의회 문체위는 당초 5700억 원으로 예상됐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의 내년도 예산을 829억 원이 늘린 6576억 원으로 최종 심의·의결했다. 지난 3년간 공개토론 방식의 계수조정회의로 늘어난 예산액은 1200억 원대에 달한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이 26일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2025년도 제3회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경기도의회 제공

이같은 공개 끝장 토론 방식의 계수조정회의는 양당 진영 논리를 넘어선 '문화체육관광당'이로 불릴 만큼 도민의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자는 황대호(민주·수원3) 위원장과 문체위원들의 굳은 의지가 반영됐다.
 
조미자(민주·남양주3) 문체위 부위원장은 "황 위원장을 비롯한 각 위원들이 소관 부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런 심의가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황대호 위원장은 "유례가 없는 도전이었던 만큼 처음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서로 고민이 많았지만, 막상 추진하고 나니 도 집행부의 예산 동의를 얻어내는 유일한 상임위라는 시기와 볼멘소리를 들었다"며 "진영 논리에 갇힌 갈등과 대립이 아닌 정말 국민이 원하는 신뢰받는 정치, 협치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했고 그 모범 사례를 쏘아 올렸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위원장은 "이제 11기 예산 심의는 끝났지만 12기 도의회에서도 이 전통을 이어가 신뢰받고 효능감있는 정치를 이어가길 희망한다"며 "진영 논리를 넘어,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를 한다는 진정성과 도민의 권익을 첫 번째 가치로 놓는다면 도민이 인정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보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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