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주 제주항공 참사 관련 사고조사 공청회를 열고 참사기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일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조종사단체가 우려를 표했다.
아직 '사실조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 내용이 부분적으로 공개되면 사고의 전체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기도 전에 개별 조종사나 특정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부각돼 자칫 '여론재판'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사실 보고서 발간을 앞둔 단계에서 FDR·CVR 내용의 일부를 공청회 형식으로 공개하는 방식은 사고 조사 본연의 목적과 국제적 관행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FDR과 CVR은 항공사고조사 목적(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자료이지만, 극히 민감하고 맥락 의존적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그 일부만이 단편적으로 외부에 전달될 경우 실제 상황과 다른 인상을 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발췌 문구나 음성 일부가 언론 보도를 통해 과도하게 단순화·감정화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사고의 구조적·시스템적 원인보다 개별 조종사나 특정 주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부각될 수 있다"며 "객관적이고 침착한 사고 원인 규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CVR 등의 자료를 '보호돼야 할 기록(protected records)'로 규정해 공개시 미칠 악영향을 충분히 고려토록 권고한다.
협회는 FDR·CVR 원시 자료와 상세 대화 내용은 비공개 원칙을 유지하되, 공청회에서는 조사 경과와 안전 대책 중심의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FDR·CVR 관련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면, 사고조사에 영향이 없고 맥락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종 보고서 및 부속 문서 형태로 요약·해석된 정보
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오는 12월 4~5일 이틀간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12·29 여객기 참사 관련 현재까지의 사실조사를 토대로 주요 사실관계와 기술적 쟁점을 검증하기 위한 공청회(유튜브 생중계)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항철위는 공청회에서 "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FDR, CVR 분석자료 등 사고조사와 직접 관련된 핵심 근거들을 최대한 제시"한 뒤, "그간 제기된 기술적 의문과 사실관계를 공개적으로 검증해 연말 공표 예정인 중간보고서의 신뢰성과 완결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항철위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항공사고조사진행단계'의 7단계 사실조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8단계 의견청취(필요시 공청회)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다.
항철위는 지난 7월엔 '참사기 엔진은 결함이 없으며, 엔진이 꺼져 있었다'는 중간 결론을 먼저 발표하려다 유가족 반발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당시 사조위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더 많이 손상된 엔진이 아닌, 반대편 엔진을 끈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유가족에게 전했는데, 유가족 측에선 "수치나 근거 없이 결론만 제시돼 (정보를) 취사선택해 편의적으로 얘기한다"는 의문이 제기됐다.